[디지털 광속경제] 제2부 : (13) '휴렛팩커드'
세계 벤처기업 1호로 불리는 미국 휴렛팩커드(HP).
이 회사가 자랑하는 인터넷 글로벌 경영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12만여명에 이르는 전세계 HP 직원들이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
한다는 얘기다.
그 결과 HP는 전세계 어디서나 고객에게 같은 제품, 같은 서비스를 제공
하는 것을 최대의 강점으로 삼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본사에 근무하는 브래들리씨는 호주로 출장을
가더라도 일처리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HP 특유의 "공동업무처리(COE;Common Operation Environment)"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HP 직원들이 전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컴퓨터 운용방식, 동일한 업무처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 경영의 인프라다.
이 시스템을 통해 브래들리씨는 호주 현지에서 아무 컴퓨터나 빌려 마치
자신의 PC처럼 쓸 수 있다.
늘 익숙한 방식대로 전자우편(E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낸다.
본사 중앙컴퓨터에 접속해 필요한 사내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서류작성 양식이 필요하면 본사 컴퓨터에서 내려받아 현지에서 바로 내려
받아 쓰면 된다.
본사에서 자신에게 내린 업무지시도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일상적인 업무처리만 그런게 아니다.
가령 한국HP 직원이 다른 기업으로부터 맡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았고 잘 모르는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혀도 고민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작업하고 있는 현장에서 바로 HP본사의 COE시스템에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그 분야의 베테랑인 본사 직원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기술지원을 해준다.
모든 직원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같은 업무환경에서 일하고 각종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돼있는 것이다.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선배로부터 업무처리 노하우에 대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
모든 노하우와 업무요령에 관한 정보가 COE에 들어 있다.
이 시스템에 접속해 어느 곳에서든 원하는 프로그램을 자신의 PC에 설치해
쓰면 된다.
전산실 직원의 도움을 요청할 필요도 없다.
본사와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내려오는 지시대로 자신이 직접 간단한
마우스 조작만 하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 일은 컴퓨터 운영체제(OS)까지 COE로 한데 묶은 "자동설치장치(AIM)"가
대신 해준다.
프로그램이 담긴 CD롬 없이도 사내 네트워크에 접속해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경우처럼 CD롬을 여러차례 번갈아 넣으면서 OS를 설치한 뒤
사무처리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다시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전세계 HP 직원들이 활용하는 웬만한 프로그램은
혼자서 2시간안에 한꺼번에 모두 설치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HP의 업무처리 절차와 양식, 모든 HP 직원들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자신의 PC에 한꺼번에 담을 수 있게 된다.
그것도 압축파일을 활용하면 20~30분이면 충분하다.
프로그램 설치뿐만 아니다.
개별 직원들이 쓰는 PC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다.
본사의 전사전담팀은 인터넷망과 AIM을 통해 전세계 HP 직원들의 PC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설치해 주거나 삭제할 수 있다.
모든 직원의 PC를 네트워크로 원격제어할 수 있는 셈이다.
COE에는 "커넥션S"라는 사내게시판도 있다.
생산영업 구매기술 등 각 현업부서에서 수집된 아이디어가 한꺼번에 모이고
이 정보를 이용해 가장 빠른 시간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수 있는
유기적인 네트워크 체제다.
소프트웨어(SW) 개발담당자들도 사내 게시판을 활용해 프로그램 명령어인
소스코드를 한눈에 알아 보고 필요한 것을 꺼내 쓸 수 있다.
같은 소스코드를 새로 만들 일이 없어 SW개발 작업이 무척 빨라지고
쉬워진다.
캐드린 크롤리 커뮤니케이션서비스팀장은 "HP의 인터넷 전략은 전세계의
HP조직들이 언제 어디서나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표준화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어디서나 신속하게 주문을 처리하고 같은 제품, 같은 서비스를 고객
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HP는 현재 3개의 전산팀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의 인프라공유팀은 인트라넷을 통해 전세계에 걸친 모든 직원들이
통일된 시스템으로 정보를 나눠 갖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는 팀이다.
SW리서치센터는 미국 콜로라도에 있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 관련 SW 개발은
한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들 팀은 인터넷망에 의해 하나로 연결된다.
HP는 이를 위해 이미 지난 87년 사내 정보통신망을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
했다.
인터넷이 일반에 선보인 직후의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92년 COE를 구축했다.
< 팔로알토=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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