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핸들차는 처음이다.

하지만 출장 목적이 시승이고 호주까지 왔는데 사양할 재간이 없다.

시승차인 "S-타입"을 생산하는 재규어는 포드자동차의 자회사이지만 국적은
엄연히 영국.

오른쪽 핸들이 정상이다.

물론 수출을 위해 왼쪽 핸들차를 별도로 만들긴 한다.

그러나 호주 역시 영연방 국가 아닌가.

시승지는 멜버른 교외.

캥거루와 코알라가 원시림과 어우러져 있는 힐즈빌 지역이다.

외곽을 벗어나자 곧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옆좌석에 앉아 오른쪽 핸들에 익숙치 않은 시승자를 내내 불안하게만 바라
보던 동료의 얼굴도 이내 펴졌다.

오른쪽 핸들차에 대한 적응이 생각보단 어렵진 않았다.

시골길은 시승하기 좋다.

기분도 상쾌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큼 차가 몸에 붙는다 싶을 때 마침 길 가장자리에 아스팔트가 깨진
부분이 눈에 띈다.

피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차는 움직인 것 같은데 몸은 그대로다.

핸들링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일부러 좁고 곡선이 많은 길을 주행로로 선정한 까닭을 쉽게 알 수 있다.

승차감은 더 이상 테스트해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경쟁차인 벤츠 E클라스나 BMW 5시리즈에 비해 긴 축간 거리와 낮은 차체,
넓은 바퀴간 거리가 비결"(나이절 헤즐롭 커스터머서비스담당 이사)이라는
설명이다.

재규어는 후드 코부분에 힘차게 달리는 재규어 모습의 엠블럼을 얹어놓는다.

뿐만 아니다.

차의 스타일도 재규어의 날렵한 모습 그대로다.

S-타입도 전통적인 XJ세단이나 XK쿠페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재규어 전통의 디자인이다.

가장자리 부분의 현대적인 분위기가 새로운 맛이다.

S-타입은 재규어 역사상 단일투자로는 가장 많은 4억파운드(약 8천억원)를
들여 개발됐다.

지난 63년 단종된 모델을 35년만에 부활시켰다.

모기업인 미국 포드의 링컨 LS의 언더보디를 함께 사용한다.

후륜구동방식이다.

엔진은 2백36마력의 3.0l V6엔진과 2백81마력 4.0l V8엔진 두가지.

힘이 넘친다.

V8 엔진은 재규어가 직접 개발해 이미 스포츠카인 XK8과 대형 세단인 XJ8에
사용되고 있다.

V8 엔진차는 흠잡을데가 없다.

V6 엔진차는 포드 엔진에 재규어 트랜스미션을 썼다.

언덕길에서 약간의 업 시프팅과 다운 시프팅이 느껴지지만 "테스트 결과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라스 등 동급 경쟁차종에 비해 월등히 나은 성능"
(이안 메이어 해외담당이사)이라는 설명이다.

실내는 외관만큼이나 고급스럽다.

우드와 가죽이 조화를 이룬다.

모든 액세서리가 맘에 든다.

다만 공조장치 및 오디오 조정 장치 부분의 디자인이 옛날 스타일이다.

첨단기술도 놀랍다.

동급 스포츠세단으로는 처음으로 음성인식기능을 장착했다.

오디오나 전화기 공조장치를 음성으로 조절한다.

지금은 영어와 일본어만 가능하다는게 아쉽다.

그러나 곧 한국어도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난방지 전자감응장치도 있다.

컴퓨터에 의한 능동현가장치는 서스펜션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제어해
편안한 승차감을 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국내에는 오는 6월부터 판매된다.

V6 DOHC 모델이다.

포드자동차코리아의 재규어자동차사업부가 수입한다.

"일단 올해는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재규어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놓겠다"(콜린 쿡 해외홍보담당부장)는 생각이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7천7백40만원.

각각 대형차와 소형차에 마케팅력을 집중하고 있는 벤츠나 BMW는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 멜버른(호주)=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