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작년 12월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을
만들었다.

경영방식을 일원화하고 중복되는 부문을 통폐합하기 위해서였다.

우선 기획실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아를 재경본부 중심의 현대 스타일로
바꿨다.

기아는 이전엔 각 사업부문의 예산권까지 쥐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기획실이 헤드쿼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각 본부가 알아서하고 있다.

본부별 책임경영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현대는 또 현대.기아 양사 중복부문의 통폐합 작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연구개발(R&D) 물류 정비서비스 구매 등 부서가 대표적인 케이스.

연구개발 조직은 지난 3월에 통합했다.

물류를 한데 묶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일부 차종에선 정비서비스를
같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하반기 부터는 완전히 통합한 모습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조직재구축-.

지난 1년여간 "빅딜"로 대표되는 구조조정이라는 "홍역"을 겪은 대기업들이
지금 집중하고 있는 과제다.

한 회사나 사업부문이 때론 합쳐지고 때론 빠져나가면서 각 그룹이나
기업들은 "전열 재정비"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빅딜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영업활동이나 서비스수준을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던 기업이라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들의 변화를 구경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조직재구축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이다.

양적인 측면은 빅딜, 매각, M&A(인수 및 합병) 등으로 생긴 조직과 인원의
과.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비 작업이다.

빠른 시일내에 핵심부서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복부서를 통폐합하는 것이
과제.

기업들은 유사 부서의 과잉인력을 분산시키고 부족 인력을 메우기 위한
사내 인력 재배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질적인 측면은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업체끼리 합치게 되는 빅딜 관련 업체일수록 그 필요성이
높은 부문이기도 하다.

조직이 유기적으로 융합되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역효과만 낳는다.

업체들은 기업문화를 통합하기 위해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새로 짜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갖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새롭게 합류한 조직과 기존 부문의 각종 복리후생을 통일시키는 작업도
물질적 사기진작의 한 방편이다.

새로운 기업비전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에 맞는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빅딜에 휘말렸던 대부분 업체들은 국제입찰을 통해
비교적 일찍 인수절차를 마친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조직개편
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단계다.

가격산정 등 절차가 남아 실제적인 통합이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조직은 더욱 와해되고 있다.

"한두달 후면 없어질 조직"이 제대로 굴려갈 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통합후 안정적인 조직을 새로 만드는
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이후의 바람직한 조직으로 "독립채산형 사업부"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 대다수 기업들이 이 방향을 잡고 있다.

생산 영업 등 경영활동은 물론 손익계산, 자산.부채관리까지를 철저히 해당
사업부문별로 운영하는 것이다.

(주)대우는 올들어 95개 팀별로 수출목표를 정한 뒤 이를 초과달성한
팀원 전원에게 승진혜택을 주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에 앞서 지난해말 53개 유닛(사업부 단위)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흑자를 낸 사업부에는 이익을 처분할 재량권도 주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무는 "구조조정은 역설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인력과 조직 부문에서도 한단계 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어떤 기업이
조기에 가장 효율적인 조직을 구축하는냐가 이제부터의 경쟁의 요체"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