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회복단계에 들어섰지만 세계경제환경 등 불안요소가 많아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제프리 프랑켈 연구원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넷대담에서 "한국 기업들은 재무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처럼 정부가 직접 산업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장기적
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구조조정은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을 역임한 프랑켈 연구원이 인터넷대담에서
밝힌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세계경제 전망 등을 정리한다.

< 김수찬 기자 ks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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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회복단계에 들어섰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멕시코가 외환위기 이듬해 플러스 성장한 것처럼 한국도 올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3년말 페소화 폭락사태로 금융위기에 빠진 멕시코는 1년만에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었다.

또 2년후 위기이전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멕시코와 달리 한국은 아시아 주변국의 경제상황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회복이 더딜 수도 있다.

특히 세계경제도 호전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아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후 2년정도면 회복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대대적인 개혁프로그램을 단행했다.

이미 2개 은행이 해외에 매각되는 등 금융분야의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많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업의 구조조정 등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한국정부는 지금 개혁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이 힘든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지금을 되돌아 보면 "위기는 기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철저한 개혁은 한국이 발전을 향한 제2도약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
으로 보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인데.

"기업 재무구조에 있어서 근본적인 개혁은 절대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재벌들은 "왕국건설"에만 집착한 느낌이 없지 않다.

기업이란 원래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게 최고
목표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이익보다는 매출 등 외형에만 신경을 썼다.

과잉투자 중복투자도 여기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이미 5년전에 학계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고쳐지지 않았다.

앞으로 이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업사태를 해결하기위해 한국정부는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벤처산업이 "전통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적다고 지적하는데.

"경제위기로 취업난까지 겹쳐 매우 힘들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실업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든 다른 목적에서든간에 어떤 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전적으로 시장이 결정할 일이다.

정부가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를 제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확신한다.

미국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93년이후 미국에는 1천8백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덕분에 실업률도 29년만에 최저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다"

-세계금융위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여전히 잠재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 지역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본다.

물론 러시아 경제에 대한 낙관은 한국처럼 뚜렷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2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신흥시장쪽으로의 자본유입이 확대될 것이다.

이미 일부에선 그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본이탈보다 자본유입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일본이 아시아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내수진작 등에 적극 나서지 않아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일본이 제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일본이 큰 문제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측에 경기부양과 금융개혁을 촉구해 왔다.

지난 97년과 98년에는 일본의 재정확대가 더욱 절실했던 시기였다.

올해말까지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본다.

일본의 재정확대책이 필요하며 그런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회복없이는 아시아지역 경제도 똑같이 어려울
것이라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92~96년사이 거품경기가 깨지면서 일본이 침체속으로 빠져들었을때
한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지 않았는가.

물론 당시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다"

-미국은 8년연속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의 경제사이클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부에서는 버블경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분명 버블경기는 아니다.

건전한 펀더멘털이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70년대말부터 시작된 규제완화 혁신 글로벌리제이션 등 장기적인
펀더멘털은 물론 지난 91년 경기침체후 실시된 통화 및 재정 등의 중기적인
경제정책도 오늘날 경기호황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 96년이후 지속된 수입품 가격의 하락 등 단기적인 요인의 덕도 봤다.

물론 이같은 "행운"이 계속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행운이 끝난다고 곧바로 미국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8년간의 고속성장후에 찾아오는 경기침체가 4년이나 5년간의 활황뒤에
겪는 둔화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다우지수가 1만을 돌파했다.

일부에서는 첨단업종주 등 일부 종목의 상승세가 주가를 지나치게 끌어
올리고 있어 이들 대표주가 무너질 경우 주가폭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증시라는게 실물경제를 앞서 반영하는 것 아닌가.

현재 경제상황을 제대로 읽고 있다고 본다.

다만 일부 거품요소도 있다.

그러나 거품요소가 제거된다해도 곧바로 경기침체나 위기로 이어진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현재 탄력성을 감안한다면 25%의 크래쉬(폭락)까지는 증시가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2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민간부문의 부와 국내총생산(GDP)의 1%인
7백50억달러의 민간소비가 뒷받침돼 더욱 그렇다"

-주룽지 중국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위안(원)화 평가절하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문제는 올해말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

이미 중국은 여러면에서 양보를 많이 한 상태다.

중국의 가입이 WTO에도 득이 될 것으로 낙관한다.

만약 미국의 국내정치논리 때문에 중국의 가입이 무산될 경우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넉넉해 당장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