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은행"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뱅크원(BankOne)에 붙어다니는 수식어다.

퍼스트 시카고 은행과 3백억달러가 넘는 대형합병을 성사시켜 이제 작다는
말은 무색해졌지만 강한 이미지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뱅크원이 갖는 "강한 이미지"의 원천은 첨단 전자금융 시스템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뱅크원의 혁신적인 사업 방식은 "금융업은 돈과 정보의
합작품"이란 새로운 금과옥조를 만들어 냈다.

뱅크원의 고객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다.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 PC로 이 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www.bankone.com)에
접속하면 즉석에서 최고 3만5천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여신심사를 자동 처리하는 뱅크원 고유의 "크레디트 스코어링
(Credit scoring) 시스템" 덕택이다.

이 시스템에는 고객의 소득수준 직업 자산 거래내역 등에 관한 모든
데이타들이 들어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원금상환 능력을 자동적으로 평가하고 바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정보기술의 결실이다.

뱅크원은 최근 인터넷 즉석대출 서비스를 중소기업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금융 정보화에 관한한 뱅크원은 미국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은행이었다.

지난 67년 온라인 크레디트 카드처리 서비스를 도입한게 시작이었다.

특히 70년엔 고객이 플라스틱 카드 한장으로 입출금을 할수 있는 ATM(현금
자동출납기)으로 금융산업에 일대 혁명을 몰고 왔다.

뱅크원은 미국 14개주에 2천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여기에 수십만개의 무인지점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바로 ATM이다.

뱅크원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가까운 곳에서 뱅크원의 ATM을 만날 수 있다.

고객은 여기서 돈을 예금하고 카드를 개설하고 주식을 매매한다.

뱅크원은 미국 50개주에 ATM을 갖고 있는 유일한 은행이다.

뱅크원은 71년엔 IBM과 공동으로 자기카드를 활용한 POS(Point Of Sales.
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80년엔 고객의 TV와 전화를 이용한 홈뱅킹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86년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지점에서 대화식 비디오가 달려 있는 ATM을
내놓았다.

고객이 비디오 터미널 앞에 앉아 버튼을 누르면 은행원이 화면에 떠오른다.

고객은 은행원과 재테크나 퇴직에 대비한 투자전략은 물론 개인적인 대화
까지 나눌 수 있다.

이 은행은 최근 영업비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소매금융 기법들을 잇따라
도입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화를 활용한 폰뱅킹.

뱅크원의 폰뱅킹에는 매일 50만명의 고객들이 전화를 걸어온다.

이 은행은 온라인 뱅킹 분야에서도 선두주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89년 재택근무자를 대상으로 PC뱅킹에 나선데 이어 95년부터 인터넷 뱅킹
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현재 70만명의 고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뱅크원과 거래하고 있다.

지난 96년엔 뱅크아메리카 내이션즈뱅크 멜론뱅크등 북미 15개 은행과 함께
IBM과 손잡고 전자결제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터그리온"을 설립해 전자
금융시장 점령에도 나섰다.

뱅크원이 이처럼 강력한 정보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최고경영자인 존 맥코이
사장의 정보화에 대한 비전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84년부터 뱅크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최고경영자로 부임하자 연간
이익의 3%를 은행 정보시스템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이같은 노력은 뱅크원을 금융정보시스템의 선두주자로 올려놓는 원동력이
됐다.

뱅크원은 멕코이가 58년 이 은행의 전신인 시티내셔널(Citinational) 은행
경영권을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뒤 67년 지금의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이 은행의 총자산은 59년 1억5천만달러에서 지난해말엔 2천6백억달러를
넘어섰다.

종업원수는 5만6천6백명에 달한다.

이 은행의 순이익과 규모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지난 80~83엔 순이익이 3천2백80만달러에서 8천3백30만달러로,
종업원은 3천1백45명에서 6천9백39명으로, 지점수는 1백27개에서 3백14개로
급증했다.

금융업계에선 뱅크원의 성장을 경이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뱅크원 정보담당 이사인 마빈 아담스씨는 "첨단 정보시스템을 전략적
으로 활용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는 "고객들은 점포를 직접 가는 것보다는 ATM이나 폰뱅킹을 이용하는게
편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들려준다.

최근엔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뱅킹을 더욱 선호하는 추세라고
덧붙인다.

뱅크원은 내년말까지 1백만명 이상의 온라인 고개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거대당 비용절감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뱅크원은 요즘 모든 가정의 PC를 "뱅크원의 금융 슈퍼마켓"으로 만들겠다는
또다른 모험을 하고 있다.

< 시카고=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