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들면서 연구개발(R&D) 활동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업의 R&D투자가
전년대비 12.3% 줄었다는 사실은 가볍게 봐 넘길 사안이 아니다. 삼성경제
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R&D투자 위축실태에 관한 자료는 90년대 연평균 15%
수준으로 증가했던 기업의 R&D투자가 지난해 대부분의 업종에서 크게 줄었고,
특허출원건수 또한 전년대비 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1조1천억원 가량 준 기업 R&D투자의 감소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만 적지않은 기업연구소가 폐쇄되거나 축소됐고, 연구
인력의 유출 등 연구개발기반 자체가 훼손된 여파 또한 크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기업의 연구현장을 떠난 인력이 7천명을
넘는다. 기업간 빅딜추진이 장기화되면서 미래에 불안을 느껴 고급인력들이
해외로 떠나는 사례까지 있다.

기업 R&D기반의 훼손은 그대로 기술의 대외의존 심화, 기업 경쟁력및 성장
잠재력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수출이 근래에 늘어나고는
있지만 기술수출과 수입간의 차인 기술수지는 더욱 악화돼 최근 몇년동안
적자폭이 연간 20억달러를 넘고 있다. 지난해는 설비투자가 줄고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국면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수지적자폭은 거의 줄지 않았다.
여기에다 유망기업의 해외매각은 기술종속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오늘날 기업에 있어서 기술력은 필수 요소이다. 미국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재무장해 시장지배력을 되찾고 있다. 자동차업체인 GM과 포드가 신차개발
기간을 5년에서 2년미만으로 단축하는 R&D 경쟁력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1천6백30억달러(전년대비
7.1% 증가)를 R&D에 투자했다. 미국산업의 회생이 저절로 온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영상압축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인 다림비전은
매출액의 44%를 R&D에 투입해 지난해 매출을 17%나 끌어올렸다. 98명의
종업원중 37명이 연구인력이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위축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그간 국내 R&D투자는 민간과 정부가 7대3의 비율로 맡아왔다.
구조조정과 빅딜이 마무리되고 경기가 살아나면 기업들의 연구개발 여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 전에 정부가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해 기초연구 등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업에서 유출된 연구인력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과일 값이 폭락
했다고 과수나무를 베어버리면 과수업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두뇌는 한두해에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유휴 연구인력의 활용방안
을 강구하는 등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면 해외로의
두뇌유출도 막을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