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진 < 동양종금 사장 joongjin@tymb.tongyang.co.kr >

지난해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있던 여름께 일이다.

한 금융기관이 자기네 회사의 주가가 과소평가되었다고 증권업무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그 금융기관은 당시의 순자산가치보다 현재의 주가가 낮기때문에 자신의
금융기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기업설명회에 참석했던 대다수의 증권관계자의 시각은 달랐다.

그 금융기관의 순자산가치는 청산될 때의 가치로 이해했다.

또 얼마 전에는 종금업종의 주식가격이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는 한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는 종금업계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당장의 순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바람직한
변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적극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그동안 부진했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시류를 타고 어려웠던 과거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미래 지향적인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하게된다.

비용과 사람을 줄이는 과정에 집착한 나머지, 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너무
큰 그림만을 그려온 나머지 인재를 길러내고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잠시 잊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크게는 국가든 기업이든, 작게는 가정이든 개인이든 오히려 어려울 때 미래
를 위해 새로운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

종금사 역시 현재 가치가 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느냐는 문제보다는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의 가치를 강조하고 그 가치에 집착하기보다 미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은 투자와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요즘 항상 내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