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를 치닫던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미 파업상태이던 노조가 전격적으로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복귀를 선언
하는가 하면 파업예정인 주요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계획을 유보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민주노총이 올해 계획했던 춘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이나 다름 없게 됐다.

27일 금속연맹 산하 사업징과 부산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예정돼 있어 불씨
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더이상 극한 대립은 없을 것이라는게 중론
이다.

서울 명동성당과 서울대 등에서 농성을 벌여 오던 서울지하철 노조는 26일
오후 조합원총회를 갖고 "이날 저녁 8시를 기해 파업을 중지한다"고 결의
했다.

그동안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은 총회가 끝난 직후 지별로 모임을 갖고
27일부터 전원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8일간 계속된 서울 지하철 노조의 파업사태는 완전 종결됐다.

명동성당에는 민노총과 지하철 노조 파업지도부만 남아 정부와의 협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지속하기로 했다.

조합원들의 복귀에 따라 서울지하철은 27일부터 완전 정상운행 된다.

이에 앞서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국내 최대의 단일노조인
한국통신 노조는 이날 오전 농성중이던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을
일단 유보한 상태에서 회사측과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통신과 함께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던 전국의료보험노조도 파업을 유보
했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민노총 산하 금속연맹과 부산지하철의 파업이 27일로 예정돼 있다.

데이콤과 과학기술노조도 28~29일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민노총도 "서울지하철은 조합원들의 무더기 면직을 피하기 위해 파업을
중지했지만 다른 사업장의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올 춘투의 핵심인 서울 지하철이 파업을 중단하고 "백기"를 들고
투항함에 따라 다른 노조들의 파업 강도도 당초 예상보다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지하철 파업중단 배경 = 파업확산의 전기로 여겼던 한국통신이
파업을 유보하는 등 산하노조의 파업동참 열기가 급속히 냉각되자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더군다나 무단결근 노조원에 대한 직권면직을 강행하겠다는 당국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차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여론은 극도로 악화돼 있다.

임금이나 복지 등 노조활동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 "구조조정" 등 정부시책
을 이유로 시민의 발을 붙잡는 데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극에 달해 있다.

또 장기간에 걸친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내부동요도 상당히 심해져 있다.

결국 민주노총은 "예외적으로" 서울지하철만 업무에 복귀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파업을 중단하고 "협상"을 택한 것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이날 지하철 노조는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하던 "구조조정 철회"
요구를 백지화하면서 서울시와 협상재개를 제의했다.

서울시가 "선 업무복귀"를 요구하며 거절하자 지하철노조로서는 막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민주노총 대응 = 민주노총은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결사항전의 자세다.

그러나 기세가 예전같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27일 금속연맹의 파업과 28일 집회가 제대로 진행될수 있을지를 걱정
해야 하는 처지다.

이 계획마저 틀어질 경우 5월투쟁은 사실상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갑용 위원장은 이날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계속 대화를
거부하고 강경탄압을 고집한다면 5월1일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정권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예정된 행사가 변수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서울지하철의 파업중단 선언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위사업장들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다.

경제가 어려운 데도 파업이나 벌이느냐는 여론의 질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들 대부분이 부분파업을 벌이고 일부 사업장은 아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정부입장 = 정부는 여전히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김종필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대책회의에서도 미복귀 파업
지도부 및 적극 가담자에 대한 직권면직심사 회부와 주동자 검거 등을 강행
키로 했다.

"강경 대처"의 수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파업지도부에 대한 조기검거와 사법처리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연맹의 파업과 5월1일 메이데이 집회에서도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공권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서울지하철 사태에서 보여 주었듯 가급적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