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은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다.

기초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곧바로 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스라엘이 오늘날 미국과 함께 선두를 다투는 하이테크 산업 국가로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2차대전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원천기술은 산업의 기반이자 핵심이다.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기술종속의 길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기술우위로 나아가느냐"가 판가름난다.

이 때문에 선진 각국은 너도나도 원천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핵심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
퀄컴이 1년에 거둬들이는 로열티는 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10%가 넘는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한국으로부터 받아가는 로열티.

한국은 CDMA 원천기술을 갖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많게는 1억달러
이상을 퀄컴에 바치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흔하다.

국내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PC에는 미국 인텔 칩이 들어간다.

VCR의 핵심부품도 미국 일본등에서 수입해 쓴다.

이같은 부품을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국내 PC나 VCR업체들의 전체
매출액가운데 4~7%를 차지한다.

업계는 DVD나 디지털 카메라 등 차세대 복합형 디지털제품의 경우 앞으로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매출의 1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원천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외국으로 흘러나간 기술료는 연간 22억9천7백만
달러(97년 기준)에 달한다.

3조원이 넘는 규모이다.

이 가운데 특히 전기.전자.통신 등의 분야는 13억4천만달러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은 갈수록 개방화되고 있고 선진 각국이 원천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붇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국내 기초과학 연구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매우 뒤떨어진
실정이다.

기초과학 평가기준으로 사용되는 논문발표건수를 보더라도 한국은 세계 17위
에 머물고 있다.

국가 전체 R&D 투자중 기초분야에 대한 투자비율은 13.3%로 미국 16.2%,
프랑스 22.2%에 비해 낮다.

해외 특허 취득건수도 세계 16위 수준에 불과하다.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투자비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정부는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영재교육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매년 박사급 고급 연구인력을 1천2백명씩 추가해 오는 2001년까지
4만2천여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기초과학 수준을 2002년까지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 분야 투자규모를 정부 연구비 예산의 20%까지 높이기로 했다.

전국의 우수연구센터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고 목적기초연구사업이나
특성화장려연구사업등 기초과학연구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