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 교수 / 경제학 >

벌써부터 낮 기온이 20도를 넘고 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할리우드에서는 매년 여름방학 시작에 맞춰 많은 영화가 개봉된다.

그 가운데 항상 흥행에 성공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서머캠프를 배경으로
한 가족영화다.

어렸을 때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진 쌍둥이가 서머캠프에서 우연히 만나
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부모가 재결합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몇 년에
한번씩 리메이크된다.

이런 영화에서 나오는 서머캠프는 아이들이 여름방학동안 집을 떠나 자연속
에서 신나게 노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서머캠프에는 노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 수학 문학 음악 미술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있는 중.고등학생을 대상
으로 하는 서머캠프가 분야별로 많이 개설된다.

특히 유명한 과학캠프나 수학캠프의 경우 미국 전역에서 선발된 1백여명의
중.고생이 여름방학 내내 한곳에 모여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석학들의
강의를 듣고 토론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어리지만 영특한 두뇌들은 최첨단 과학지식을 접하게 되고
상호토론을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거의 독점하고 세계의
첨단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영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살아있는 교육을 시킨 결과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도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전국에 걸쳐 몇 개의 과학고등학교를 설립
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고등학교 학생들도 대학입시 때문에 주입식 위주의 암기교육에
치중하게 된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두뇌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송세월하는 셈이다.

해외 유명 대학원에서 우리 유학생들이 시험은 잘 보지만 수준높은 논문을
쓰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향상이 지식기반 산업의 강화에 있다고
보고 다방면에 걸쳐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실업자 해소를 위해 정보통신분야에서 1백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벤처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심지어 전국의 게임방을 인터넷 접속장소
로 이용해 일반인의 정보통신 능력을 배양한다는 방안까지도 나왔다.

90년대 들어 지속적인 미국경제의 성장도 정보통신 분야의 기업들이 주도
하고 있다.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10,000포인트를 넘어선 것도 인터넷 관련 주식들
덕분이다.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도 정보통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이 부문에서 몇 년내에 1백만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1백만명의 인원이 다른 부문에서 정보통신
부문으로 단순하게 이동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그렇게 될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새로운 일자리 창출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고용창출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세계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아무리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이
창의력이 부족한 인적 자원으로 이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전세계 랭킹 상위 1백명중 우리나라 사람이 60명
이상이라 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여가를 선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들이 이 게임에 밤낮
없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지 정보통신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만든 미국회사에 엄청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의 지식기반산업은 지금의 중.고생들에게 달려 있다.

창의력 없이는 경쟁력있는 산업 육성이 불가능하다.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재능있는 중.고생들을 발굴해 창의력을 배양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이 후원하고 각 학술단체가 주관하는 미국의 과학 서머캠프같은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도 우리 청소년들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