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헌법"인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변호사들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의
여파로 빛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기업들의 인수합병거래 등 급속한 구조조정에 따른 시장변화, 또 대기업들
의 부실계열사 지원을 막아 구조조정을 촉진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숨가쁜
각종 조치는 해결사인 이들의 몸값을 단숨에 하늘높이 띄워 올렸다.

그 중에서도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변호사(46)는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람.

공정거래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실력자로 누구나 인정하는 변호사이기 때문
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5월이후 착수한 대기업 부당내부거래행위 조사는
조사대상이 1차에서 5대그룹 산하 80개사, 2차에서 33개사에 달했다.

6대그룹이하 5개그룹에서는 35개사를 각각 적발해 냈다.

과징금 규모도 약 1천1백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대대적인 조사와 징계는 사상 유례없는 것이어서 재계는 물론
온국민이 깜짝 놀랐다.

공정위가 1차 조사에 착수하자 현대와 삼성, 그리고 모그룹 등 3개 그룹에서
윤 변호사를 찾아왔다.

윤 변호사는 그중 현대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 등 관련된 모든 계열사를,
삼성에 대해서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을 맡아 진화에 나섰다.

여태까지 다뤄본 공정거래와 관련된 사안중 이처럼 많은 기업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공정위 직원들은 물론 이 분야의 대가인 윤 변호사 역시
처음이었다.

"공정위 직원들도 조사하느라 무척 고생했다고 들었지만 기업과 변호사들도
자료마련하랴, 의견서 쓰랴, 정신 못차렸습니다"

사건을 맡은 후 매일 밤늦도록 자료를 뒤지며 대책을 짜냈다.

수십개의 기업에서 내놓는 각종 장부며 증빙 등 방대한 양의 자료를 검토
하려니 머리가 몇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그가 이끄는 율촌의 공정거래팀 변호사들을 모두 이 작업에 투입했다.

특히 심결을 앞두고는 그를 비롯해 공정거래팀 변호사들 모두 꼬박 일주일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검토, 1백여쪽의 의견서를 작성해 공정위에 제출했다.

그렇다고 해서 서슬푸른 공정위가 호락호락 넘어갈리 없다.

1차 조사의 심결에서 모두 7백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현대의 경우
1차 조사에서 35개사 2백26억여원을 얻어 맞았다.

그는 법원에 과징금부과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일단
공표명령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그는 공정위의 2차 조사 심결에 대한 행정소송에서도 현대를 대리하고 있다.

그가 이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에 제출한 이의신청서 답변서 각종 소명자료
는 수천장에 달한다.

소장만 해도 70~80쪽에 이른다.

사건이 모두 고법에 계류중이어서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밖에 그가 다룬 공정거래관련 사안은 수없이 많다.

삼환까뮤에 대해 공정위가 하도급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남용혐의로 시정
명령을 내린 사건에 대해 삼환까뮤를 대리, 하도급자들을 입찰담합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반격을 함으로써 형세를 뒤집었다.

지난 96년초 한전이 지리정보 소프트웨어에 대해 입찰을 붙였을 때 미국
회사의 에이전트인 캐드랜드가 1원에 응찰해 낙찰되자 쌍용정보통신을 대리,
부당염매(덤핑)라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치열한 공방끝에 지난 97년 고법에서 부당염매에 관한 최초의 승소를
따냈다.

그가 공정거래법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76~77년 무렵.

기숙사(정영사)에 같이 있던 선배가 권유했다.

도서관 법률정간물인덱스에서 독점금지법(Anti-Trust Law)을 찾아보고
미국의 경우 1년에도 수백개의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맘을 굳혔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시장경쟁의 규범을 다루는 공정거래법은 엄청나게
중요해질게 틀림없었다.

서울대법대 대학원에서 황적인 교수 지도로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연구"
라는 논문을 썼다.

미국법 일본법의 입법 심결례를 연구, 입법 방향과 사례, 판례를 소개했는데
당시 국내 공정거래법 관련 논문중 구체적인 토픽을 다룬 것으로는 최초의
논문으로 평가된다.

사법연수원을 마치고(80년)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하던 윤 변호사는
분출하는 학구열을 누를 수 없었다.

81년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길에 나섰다.

공부기간이 길어지자 사표를 던지고 우리나라 재벌현상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인 분석에 착수했다.

이때 발표된 "혼합기업결합에 관한 연구"는 경쟁제한효과의 유무여부와
이에따른 법적인 규제방안 등에 관한 최초의 공격적인 논문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공정거래 관련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으며 성실한 변호사로
주위의 신망을 얻고 있다.

공정위 고문변호사를 역임했고 대외경제전문가풀의 경쟁정책분과 위원이다.

제6차 공정거래법 개정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율촌에 있기 전 한미합동과 베이케&매켄지, 우방에서 각각 근무한 바 있는
그는 국제조세분야에도 일가를 이루고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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