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시대다.

개봉 두달째를 맞아 "쉬리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나올 만큼 전국이 쉬리
열풍에 휩싸였다.

민물고기인 쉬리를 관상용으로 수족관에 갖다 놓는가 하면 아예 나라물고기
로 정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쉬리"의 배경은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둔 서울.

북한특수부대 요원들이 우리측으로부터 신소재 액체폭탄 CTX를 탈취, 남북한
은 물론 세계각국 요인들이 참석한 잠실 개막식장에 설치한다.

폭파 몇분전 운동장 전기실에선 폭발을 막으려는 우리측 요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북측 공작원의 사투가 벌어진다.

이 와중에 주인공은 북한의 인간 살인무기인 애인을 자기손으로 사살한다.

"쉬리"엔 이처럼 액션과 드라마가 함께 있다.

남자는 화려한 액션과 우정에, 여자는 눈물겨운 사랑에 목이 멘다.

"쉬리"는 또 작지만 관객들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킨다.

영화를 본 사람은 키싱구라미와 쉬리라는 물고기이름을 외운다.

물고기속 도청장치나 열과 빛에 의해 터지는 폭탄을 보며 감탄한다.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들어와 기껏 어항이나 청소하다가 작은 실수때문에
"너 낙하산이지"라며 구박받는 말단의 비애는 관객들에게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쉬리"가 한국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인 "서편제"의 기록(1백3만명)을 깨고
타이타닉"관객수(1백97만여명)를 능가한데 이어 마침내 서울관객 2백만명
(전국 4백7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놀랍고 기쁘다.

좋은 영화는 철저한 기획과 과감한 투자, 배우들의 열정과 꼼꼼한 마케팅의
합작품이다.

''쉬리''제작탐은 물론이요 어려운 여건속에서 "쉬리"를 만들어낸 한국영화계
에 큰 박수를 보낸다.

다만 "쉬리"가 성공했다고 비슷한 종류의 액션대작만 양산, 관객들을 식상
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싶다.

쉬리돌풍이 운이나 우연에 의한 게 아님을 명심, 모처럼의 한국영화 붐을
사그러뜨리지 않기를 기원한다.

헐리우드대작에 관계없이 관객을 끌어모을 재미있고 감동적인 한국영화가
쏟아져 나오면 스크린쿼터쯤 아무래도 상관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