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견본주택엔 예외없이 예비청약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곤 한다.

청약을 받기위해 밤새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이달초 접수를 받은 구리 토평지구아파트 청약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8개업체가 3천4백98가구의 아파트를 내놓은 이번 분양에선 줄잡아 20여만명
의 인파가 모델하우스에 몰려들었다.

일부 업체는 4만부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던 안내팜프렛을 12만장으로
늘려 찍어야 했을 정도다.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청약경쟁률도 높았다.

대림 영풍아파트는 수도권 1순위에서 1백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외의 아파트도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마감된 것은 물론이다.

겉으로 볼땐 90년대초 신도시아파트 청약열기가 재연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반가운 현상임에 틀림 없다.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관련 규제를 푼 의도가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조짐
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양열기의 이면에선 반갑지만은 않은 측면이 읽혀진다.

열기가 억지로 부풀려진 거품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들기 때문이다.

거품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은 이른바 "떴다방"이라고 불리는 철새(이동
중개업자)들이다.

서울및 수도권 견본주택에는 예외없이 철새들이 찾아든다.

이들은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과장된 소문을 퍼트리면서 충동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청약통장 거래를 알선, 1백만-2백만원의 수수료를 챙기거나 당첨된 아파트
를 수천만원의 차액을 남기고 팔아버린다.

청약열기의 또 다른 원인은 주택공급제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는 6월말까지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나 미분양아파트를 계약하면 5년동안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3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허용됨에따라 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는 단기매매가 성행하게 됐다.

빠른 기간안에 주택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이 투기를 부추긴 셈이다.

물론 적당한 가수요는 부동산경기회복에 순기능을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시중 여유자금을 단기간내에 주택업체로 끌어 들여 재투자에 활용하려면
일부 거품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과도한 투기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데 문제가 있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생긴다.

지난 2월말 분양된 영등포 대우조합아파트의 경우 최고 2천만원까지 갔던
프레미엄이 한달만에 1백만-2백만원대로 가라 앉았다.

물건을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떴다방들이 부풀려놓은 투기바람에 편승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피해자만 양산했다.

더 큰 문제는 실수요자를 잠재투기꾼으로 만든다는데 있다.

사실 요즘 아파트분양시장은 증권시장을 닮아가고 있다.

내집마련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투기자금이 상당수 수도권아파트 분양시장
으로 유입되는 실정이다.

5천만원이하는 증권시장으로, 5천만원이상은 부동산시장으로 몰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철새들이 주도하는 초단기매매에 일반 수요자가 상당수 가세하고 있는
탓이다.

나라경제를 좀먹었던 한탕주의가 다시 망령처럼 떠돌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의 아파트 분양열기는 오는 6월말이면 식을 것으로 보인다.

7월이후 분양되는 아파트엔 다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분양열기를 주택경기회복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급조된 부동산경기 부양책이 한동안 잠자고 있던 국민들의 투기심리만
휘저어 놓은 꼴이다.

반짝했던 분양열기가 가라앉으면서 건설업체들은 다시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다.

투기를 억제하면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