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하나 없는 ''격맹''은 넷맹(인터넷 못하는 사람), 어맹(외국어 못하는
사람)과 더불어 직장인 3대 팔불출이다"

요즘 직장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국가기술자격검정통계"를 보면 이
말이 피부로 다가온다.

77년이후 지난해까지 기술, 사무직관련 5백99개 국가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모두 1천98만명.

자격증 1천만시대에 이미 들어선 것이다.

자격증 취득 열풍은 IMF사태 이후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공인중개사 같은 인기있는 자격증 시험에는 10만명이상의 응시자가 몰리는
일이 이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햇동안 자격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모두 3백99만명.

이 가운데 19.7%인 79만명이 새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올해 역시 총 5백만명정도가 국가자격에 도전, 1백만명의 합격자를 배출할
전망이다.


<> 자격증취득 열풍실태 =서울 서초구의 중견통신업체 D사 총무부에 근무
하는 김현덕(36.서울 송파구 삼전동) 과장은 요즘 저녁 11시에 귀가한다.

회사일이 바빠서가 아니다.

오는 12일 있을 정보처리기사 2급 시험을 앞두고 학원에 다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의 부인인 한모(34)씨는 요즘 주택관리사 공부에 열중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친정에 맡겨 두고 학원에도 다니고 있다.

생활정보지를 통해 교재도 구입했다.

한씨는 시험준비에 매달 2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사용하고 있지만
남편이 실직할 경우 아파트 관리업체에라도 취직하겠다는 마음으로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자격증 취득열기는 최근 실시된 몇몇 시험에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에는 40만명이 지원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37만명보다 3만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22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컴퓨터능력활용 시험에는 13만7천명이
응시했다.

20일 접수마감한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12만8천5백명이 몰렸다.

우편접수분을 합치면 13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보통신관련 분야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정보기기운용 자격증에는 21만명이 응시했으며 정보처리 1,2급에도
14만6천명이 몰렸다.

이밖에 실직후 창업하거나 주부부업을 할 수 있는 자격증도 인기다.

한식조리(20만명), 미용사(17만명), 자동차정비2급(7만9천명) 등이 대표적인
예다.


<> 자격증 남녀장벽 무너진다 =최근 자격증 취득열기속에서 찾아 볼수 있는
특징중 하나는 응시계층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을 만큼 광범위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로 20대 남성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40대, 주부 지원자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치뤄진 한식조리사 자격시험엔 남성응시자가 7만명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반면 건축 1급에는 18%인 1만3천명이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보처리 2급 자격증에도 총 응시자의 47%인 4만명의 여성이 지원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S미용학원 김영자 원장은 "과거 수강생의 대부분이
20대 미혼여성이었으나 최근에는 30~40대 주부가 더 많은 실정"이라며
"대부분이 남편이 직장을 그만둘 경우 미용실이라도 차리겠다는 각오로
기술을 익히는데 열심이다"고 말했다.


<> 왜 자격증에 몰리나 =한마디로 노동시장이 불안해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평생직업 시대로 넘어감에 따라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안심이 되기 마련이다.

일종의 "안전판"인 셈이다.

이는 최근 직업능력개발원이 5백52명의 자격증소지자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자격취득 동기에 대해 직장인 응답자의 54.8%가 "업무수행 능력을 객관적
으로 증명해 주는 증서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또 예비근로자는 53.7%가 "취직에 유리해서"라고 대답했다.

대우에서 근무하는 김모(35) 과장은 "언제 직장을 나가야할지 모르는 사회
분위기에서 자격증이라도 따두면 다소 안심이 되기 때문에 저녁 늦게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