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냉엄한 승부세계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시시각각 변하는 변화를 따르지 않는 상품은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부동산에서도 뜨는 상품이 있는 반면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채 쓸쓸히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상품들이 있다.

이른바 "지는 상품"들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피스텔.

지난 95~97년 초까지 말뚝만 박아도, 분양가격이 평당 7백만원을 넘어서도
구름같이 몰려든 청약인파를 지금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10대 1의 경쟁률을 넘기지 않으면 실패작이나 다름없다"며 큰소리
치던 오피스텔에 지금은 찬바람만 불고 있다.

오피스텔이 IMF이후 한물간 것은 우선 오피스텔을 대량 공급하던 청구
나산 등이 부도로 쓰러진데도 원인이 있지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첫번째 원인이다.

신도시 또는 서울의 중심상업지등 요지에 들어선다는 장점 하나만 믿고
분양가를 낮추는 등 청약자들에게도 수익을 나눠 주는데 게을리한 것이
오늘의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나 오피스빌딩의 상가들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낙후
상품에 속한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들에 파상적인 세일공략에 밀려 상권을 내준데다,
빠른 변신을 시도하기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IMF 이전과 같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원주택 전원카페 등도 퇴락상품이다.

흙내음과 바람소리나는 고향의 품을 연상시키는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높은
땅값과 건축비,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수요를 촉발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양평 김포 용인등 주요 전원주택단지마다 완공된 물건에서부터 짓다만
전원주택 전원카페까지 매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전원상품의 쇠락 역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대부분 전원주택 개발업체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데다 분양전략마저
미흡, 땅값과 집값 전세값 폭락으로 인해 뚝 떨어진 수요를 되돌리는데
실패한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도 인기를 잃은 투자상품이다.

주택경기가 과열됐을 때는 청약경쟁을 치루지 않고 채권입찰액도 낼 필요가
없어 전략적인 재테크수단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그러나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청약경쟁이 시들해지면서 이들 입주권도
그 가치가 떨어졌다.

정부정책의 변화로 벼락을 맞은 상품도 있다.

그린벨트 지역내의 "이축권(속칭 용마루)"이 바로 그것.

이축권은 그린벨트안의 낡은 주택을 매입하면 동일 그린벨트지역내 다른
곳에 새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축권은 잘 나갈 때는 진관내.외동 등 요지의 경우 5천만~1억원을 호가
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그린벨트에도 주택 상가 등 편의시설을 제한적이나마 신축
또는 증.개축하게 함에 따라 이축권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 방형국 기자 bigja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