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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관습이나 인식은 사회 구성원의 삶 속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돼
오랜 세월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변화시키기 어렵다.

반면 유행은 일시에 널리 퍼져 대중의 인기를 끌다가 얼마후에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상업적인 목적으로 창조된 일부 유행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이 든 세대가 갖고 있던 기존 개념까지 바꿔놓고 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적 마을이나 학교에 외국인과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있거나 머리카락 색깔이 약간이라도 노란 친구가 있으면 "튀기(혼혈아)"라고
해서 얼마나 짖궂게 놀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우리사회에 머리염색 바람이 불고있다.

처음에는 유흥업소 종업원이나 불량 학생들이 하는 별로 좋지 않은 짓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사람들은 물론 삼사십대 가정 주부들도
약간씩 염색을 하게됐다.

급기야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는 빨간 머리 노란 머리를 지나서 분홍 머리
초록 머리까지 나타나게 됐다.

나 자신도 처음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볼 때는 눈에 무척 거슬렸는데 자꾸
봐서 그런지 익숙해지니까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게된다.

과거의 관념으로 볼 때는 특수 직종에 근무하는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 일반
여성들이 자기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다는 것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관습과 인식까지도 반대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충격이다.

개인의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려고 해도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오랜 세월 동안 익숙해 있던 사회적 사고의 기본 틀을 짧은 시간에
전환한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 차원을 넘어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변화를 수용하려는 기존 세대의 의지가 더욱 필요하지만 기존 세대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젊은 세대의 노력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