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가 미국 크레비즈(창조산업)의 메카라면 한국 크레비즈의 중심
으로는 "포이밸리"가 떠오르고 있다.

포이밸리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크레비즈들이 몰려들고 있는 서울
강남구 포이동 일대를 실리콘밸리에 견주어 부르는 별칭이다.

양재천과 구룡산 앞 양재대로를 사이에 둔 포이동과 서초구 양재2동 일대가
바로 포이밸리다.

포이밸리에는 모두 2천여개의 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창조적인 아이디어나 신기술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크레비즈
업체는 5백~6백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곳에 입주한 크레비즈들은 대부분 컴퓨터 네트워크나 게임소프트웨어등
정보통신과 관련이 있다.

또 컴퓨터 그래픽과 디자인등 "아트"의 색채가 짙은 크레비즈들도 적지
않다.

포이밸리에는 공식등록된 벤처기업만 해도 3백개가 넘게 들어서 있다.

국내 벤처기업의 20% 가까이가 이곳에 밀집해 있는 셈이다.

포이밸리의 업무용 빌딩들 가운데 벤처기업이 하나라도 입주하지 않은 곳은
드물 정도다.

어떤 빌딩에는 입주업체의 반 이상이 등록된 벤처기업인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임대료가 더 싼 주변 주택가로 찾아드는 크레비즈들이 늘면서
포이밸리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자생하던 포이밸리에 정부까지 관심을 쏟으면서 포이밸리는 크레비즈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입지를 물색하러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됐다.

크레비즈들이 포이밸리에 둥지를 틀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싼 임대료와
편리한 교통이다.

이곳은 대로변을 제외하면 평당 임대료가 1백50만원 안팎으로 서울 도심에
비해 훨씬 싸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론 평당 1백만원짜리 사무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주로 아웃소싱을 하는 벤처기업들에 경기도
일대의 지방공장에 쉽게 오갈 수 있는 교통조건도 매력이다.

싼 임대료와 편리한 교통말고도 포이밸리가 크레비즈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은
또 있다.

정보통신분야의 대기업들이 몰려있는 강남 테헤란로와 가깝다는 점이다.

테헤란로에는 삼성SDS와 LG텔레콤 한솔PCS등 국내 대형 정보통신업체들과
다국적 정보통신업체등 굵직한 업체들이 터를 잡고 있다.

테헤란로엔 벤처기업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들도 몰려 있다.

테헤란로의 "인프라"를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포이밸리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와 달리 포이밸리는 벤처기업들이 계속 머무르고 싶어하는
곳은 아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여유만 생기면 이곳을 떠나려고 마음먹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전용회선망을 포함해 벤처기업들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로 문을 연 업체들만 많다보니 제어계측기처럼 자주 쓰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때가 있는 설비들도 드물어 애를 먹기 십상이다.

크레비즈들이 포이밸리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는 이런 하드웨어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관련 업체들간에 정보교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비롯해 이른바 "창의성
의 공감대"가 결핍된 점도 업체들이 포이밸리에 정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

크레비즈들이 모이긴 했지만 시너지효과는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퍼지면서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

올들어 포이밸리에 "벤처기업 지원센터"를 열면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입주업체들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업체들도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어 성과가 기대된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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