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 서울대 교수. 산림자원학 >

오늘은 제54회 식목일이다.

정부가 식수사업의 필요성을 일찍 인식하고 지정한 공휴일이다.

요즘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1천만그루 생명의 나무심기운동 등으로
숲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를 얘기하면서 전국에 무질서하게 자라는
아까시나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일제시대 우리 산림을 망치기 위해 일본인이 아까시나무를 의도적으로
도입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번식력이 너무 강하고 독소를 뿜어 주변의 다른 나무를 죽이며 산자락의
논밭과 조상 묘소를 망쳐 놓는다고도 한다.

요즘 숲 가꾸기 사업에서는 우선 퇴출대상이 되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정말 쓸모없는 나무일까.

국내 아까시나무 얘기를 하기 전에 우선 동구권에 있는 헝가리의 상황을
잠깐 보자.

헝가리는 2백년전 미국으로부터 아까시나무를 도입한 뒤 척박한 모래 토양에
주로 심었다.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는 미림을 가는 곳마다 만들어 필자가 2년전 방문했을
때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헝가리는 조림후 30년만에 ha당 3백입방m의 목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조림면적은 총 산림면적의 20%인 34만ha에 달하며 연간 1백만입방m(총
목재 벌채량의 18% 차지)의 아까시나무 목재를 수확하고 있다.

이웃한 스웨덴은 요즘 열대림을 보호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열대 목재를
수입하지 않고 대신 헝가리에서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아까시나무를
환경친화적 목재라고 해 수입하고 있다.

최근 EU(유럽연합)에서도 빨리 자라며 참나무에 버금가는 재질을 가진
아까시나무의 가치를 재발견해 전 유럽에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가.

해방이후 아까시나무는 주로 사방사업과 연료림 조성사업으로 심어졌다가
이 사업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되자 얼마전부터 방치되고 있다.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밀식되어 쓰러지고 곧게 자라지 못해 쓸모없는 숲처럼
보이지만 그 면적이 13만ha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쓸모없다는 표현은 너무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해방이후 황폐한 산림의 조기 녹화와 농촌연료 해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아까시나무를 마치 벼슬이 높아진 사람이 조강지처를 학대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아까시나무는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콩과 식물로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몇 안되는 수종중 하나이다.

사방사업, 제련소와 탄광폐석지 녹화, 난지도와 같은 쓰레기 매립장 녹화
등에 없어서는 안될 수종이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볼 때 그늘에서 자랄 수 없는 양수로서 햇빛이 많고
척박한 땅에 처음 들어와 50년 정도의 수명이 다 될 때까지 흙을 비옥하게
만든 후 숲이 우거지면 스스로 물러가는 나무다.

조림학적으로 볼때 곧게 자라며 옆가지가 거의 발달하지 않고 30년만에
벌채할 수 있는 속성수다.

목재의 성질면에서 볼 때는 비중이 0.69로 참나무처럼 단단하며 목리가
아름다워 흑호도에 비교된다.

내구성과 충격 흡수력이 야구방망이로 쓰이는 물푸레나무보다 좋아 티크재와
비교되기도 하며 마루판용이나 각종 도구의 손잡이로 적격이다.

또한 목재에 함유돼 있는 천연색소때문에 방부성이 커 전신주, 침목, 울타리
말목, 목재선박 제조시 나무못으로 최상이다.

경제적으로 볼때 80년후 수확이 가능한 참나무보다 30년만에 수확하는
아까시나무가 경제성이 있다.

꿀 생산은 목재가치보다 더 크다고 할수 있다.

현재 국내 4만명의 양봉가들이 생산하는 꿀(연간 7백억원) 가운데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85년 나고야에서 있었던 제30회 세계 양봉대회 품평회에서 한국 아까시
나무 꿀이 금상을 수상할만큼 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아까시나무를 쓸모없는 골칫덩어리로 여겨서는 안된다.

잘만 가꾸면 헝가리처럼 축복받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육종을 통해 재질을 개량해 나가면서 심은 후에도 정성껏 가꾸어야
함은 물론이다.

기존의 아까시 숲도 효과적으로 가꾸면 쓸모있는 숲으로 바꿀 수 있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황폐지에 아까시나무를 심을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할
것이다.

식목일을 맞아 아까시나무의 경제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