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디오 사게 돈 좀 부쳐주세요"

"견적서를 보내라"

"500달러쯤 한대요"

"너무 비싸다"

"도대체 사라는 거예요, 말라는 거예요?"

"그래. 사라, 사"

필자는 미국 유학 중이던 딸과 이런 식으로 인터넷 전자우편을 자주
나누었다.

지구 반대편이라는 거리 차이를 도무지 실감할수 없었다.

이처럼 편리하고 빠르다는 현실적인 면 외에도 인터넷 이메일은 세대간에
대화를 연결해 주는 통로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었다.

고 1짜리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는 아이가 부모와 통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해 걱정이었다.

세대차이로 말이 안 통한다는 거였다.

아이가 집에서 하는 일은 제 방에 틀어박혀 숙제를 하거나 컴퓨터에
빠져드는 것이 전부였다.

고민하던 어머니는 근처 컴퓨터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웠다.

어느 정도 컴퓨터가 손에 익자 아들에게 절절한 사랑이 담긴 이메일을
띄웠다.

그날 밤 메일을 확인한 아들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미안해요, 엄마. 그동안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줄 알았어요" 하더란다.

그 후 모자가 마음을 열고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공통의 화제로 날마다
이야기의 꽃을 피웠음은 물론이다.

아이들 얼굴 한 번 볼 시간조차 부족한 필자도 집에서 "가족 일기장"을
공유하며 아이들과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족 일기장에 써놓으면 나중에
필자가 답장하는 식이다.

요즘 신세대에게 인터넷은 기본이다.

"쉰세대"가 신세대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인터넷에 들어가면 신세대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터넷이 있다 해도 이용법을 모른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선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구세대들에게도 컴퓨터는 그리 어려운 기계가 아니다.

운전 배우는데 드는 노력 정도면 충분하다.

미국에서는 은퇴한 60대 이상 세대들에게 인터넷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들어 가면 전 세계 수억명의 친구가 있고 평소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인터넷을 배워 홈페이지까지 운영하는 원로들이 늘고
있지만 40대 이상은 대부분 정보화의 사각지대로 보아야 한다.

이런 사각지대를 가지고는 정보화사회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정부는 물리적인 정보인프라 구축 못지않게 정보화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학생, 군인, 공무원 등에 대한 정보화교육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학원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올해부터 4년동안 전국 1백개
우체국에 인터넷 까페와 무료 정보화교육장을 만들 예정이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길은 열려 있다.

산업화는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대신 인간소외라는 문제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정보화사회는 사람과 사람간에 따스한 정이 흐르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다른 세계를 이해하면서 우선
가족끼리라도 대화를 시도해 보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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