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영 CCTV는 최근 이틀간에 걸쳐 중칭시 인민법원에서 열린 한
사건의 재판 과정을 생중계했다.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 CCTV가 대국민 선전활동을
제쳐두고 이례적으로 생중계한 내용은 지난 1월4일 발생한 중칭시 무지개
다리(홍교) 붕괴사고 관련자에 대한 재판광경이다.

"중국판 성수대교 붕괴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6,27일 이틀간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측은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공사비를 착복한 공사책임자는 물론이고, 이를 감독해야 할 공무원들도
공사비를 빼먹는 데 급급했다"면서 이들에게 엄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검찰측은 "다리붕괴 사고로 숨진 40명이 다시 살아나 부실공사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엄벌을 호소했다.

설계에서부터 공사 자재조달 감리 관리 등의 공사과정중 제대로 이루어진
곳이 하나도 없는 "부패 종합판"이라고 까지 비난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이 낭독되는 동안 피고인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TV는 "못 된" 피고인들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철근이 들어있지 않은 다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땐 방청석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중국당국이 이번 공개재판을 통해 겨냥하는 것은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다.

중국당국은 각 지방정부 공무원들에게 TV로 생중계된 부실시공 관련자에
대한 공개재판을 지켜보도록 지시했다.

이를 본 소감을 써내도록 하고, 분임조별로 토론회도 열게 했을 정도다.

이와함께 앞으로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이나 대형건물을 설계하거나 시공
감독한 사람은 평생 책임을 지게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공사관련자가 살아있는 한 책임소재를 따져 벌을
주겠다는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았거나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공사를 중단시키고,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파시켜 다시 짓게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공사현장 주위를 오가면서 환경오염과 집단민원발생 세금감면 등의 이유로
돈을 뜯어내는 부패공무원에 대한 단속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중국 공무원들의 부조리가 워낙 고착화돼 당국의 이런 조치들이 실효를
거두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부작용이 있더라도 부패만은 잡고 말겠다"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결코 흐지부지할 모양새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샘플"로 몇사람 잡아들이곤 곧 잊어버리는 한국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