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지구촌
곳곳을 공습하고 있다.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를 비롯 에볼라바이러스 라사바이러스 등
초강력 바이러스들이 인류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연간 사망자 5천2백만명중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사망자는 1천7백만명.

최근 20년간 30여종의 신종 전염병이 인류를 덮쳤다.

광우병 홍콩조류독감 등도 모두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돌연변이".

지난 1918년 갑자기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무려 2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뒤에야 없어졌다.

이 치명적 전염병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금은 아는 과학자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지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핵폭탄만이 인류를 파멸시킬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알수 없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에도 인간은 무방비 상태다.

과학자들은 21세기의 인류를 위협할 가장 큰 적으로 바이러스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쟁 결과는 "백전백패"에 가깝다.

에이즈 간염 인플루엔자 등 수백 종의 바이러스와 대결했지만 속 시원한
치료제를 단 하나도 개발하지 못했다.

정공법으로 안된다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예방백신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천연두 예방백신 덕분에 WHO는 지난 80년 천연두 바이러스의 박멸을 공식
선포할수 있었다.

파스퇴르가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뒤 바이러스
와의 전면전에서 인류가 거둔 최대의 승리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예방백신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다.

무엇보다도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가 백신의 개발 속도를 능가해서다.

바이러스 유전자의 돌연변이 속도는 일반 생물보다 50만배나 빠르다.

특히 2~3개 종류의 바이러스가 하나의 세포에 동시에 침투하면서 서로
유전자를 교환한뒤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로 돌변할수 있다.

따라서 변화무쌍한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는데 예방백신이란 구원투수로는
역부족이다.

심지어 현재 개발된 항생제중 가장 효과가 강하다는 "반코마이신"으로도
죽일수 없는 "슈퍼 세균"도 속출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 앞으로도 인류를 괴롭힐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세균과 달리 항생제로 치료할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항바이러스 제제도 증식을 억제시킬 뿐이다.

바이러스를 직접 죽일 능력은 없다.

바이러스는 세포내에 기생하면서 세포와 신진대사를 같이 하는만큼 바이러스
를 죽이려면 해당 세포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90년대 들어 집중적인 연구개발 덕택에 바이러스 질환의 일부를
정복할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바이러스 질환인 간염과 감기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새로운 B형 간염치료제 라미뷰딘의 시판을
승인했다.

지금까지는 인터페론 주사가 유일한 치료수단이었다.

부작용이 적고 효능도 뛰어난 라미뷰딘의 등장으로 B형 간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할수 있게 됐다.

감기도 곧 굴복시킬수 있을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최근 "감기 바이러스의
주종을 이루는 라이노바이러스를 격퇴할수 있는 치료제가 2~3년내에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의학자들은 불치병으로 여겨지는 에이즈도 앞으로 10~15년 이내에 정복할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바이러스가 인간과의 전쟁에서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여전히 이렇다할 예방백신을 개발하기는 커녕 정확한 정체조차 밝혀내지
못한 바이러스들도 숱하게 많다.

인류가 에이즈 등의 치료제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또 다른 치명적 바이러스
가 등장할 수 있다.

결국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사는 "네버 엔딩 스토리"(끝나지 않는 이야기)
가 될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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