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50년 4월.

공항관제사인 김한경(42)씨는 어머니 윤설희(70)씨와 아내 이나미(40)씨,
아들 김호수(11)군과 함께 산다.

김씨는 어머니가 원래 고혈압이 있는데다 최근 건망증도 심해져 거실
책상에 놓인 사이버병원을 두드렸다.

컴퓨터의 쾌유클리닉에 들어가니 한태우 박사가 화상에 나타났다.

김씨 가족을 10년째 돌보고 있는 가정 주치의다.

증상체크표에 클릭을 한뒤 어머니의 손을 생체신호처리 센서에 올려놓는다.

1분여만에 혈압, 백혈구및 적혈구 숫자, 간염증지수 심전도가 나타난다.

멀리 떨어진 의원에서 컴퓨터로 이를 지켜 보던 한 박사는 윤씨의 10년간
혈압수치 그래프와 눈빛등을 본뒤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한 박사는 이튿날 앰뷸런스로 김씨 집을 방문, 뇌 촬영기기를 갖춘 병원
으로 윤씨를 데리고 간다.

촬영하자마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이 뇌에 끼어 있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치매에 걸린 것이다.

치매전문의와 상의한 결과 증상이 아직 초기인만큼 많은 돈이 드는 유전자
치료보다는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억제제와 배출촉진제를 같이 투여하기로
결정한다.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쌀알만한 크기의 로봇캡슐약을 처방한다.

로봇캡슐약은 혈관으로 들어가 혈관벽에 쌓인 노폐물을 청소해 주고 혈압
상승을 일으키는 물질의 수용체에 3시간만에 한번꼴로 들러 혈압을 낮추게
된다.

수명은 6개월.

기능이 다하기전에 리모트 컨트롤러로 명령을 내리면 오줌과 함께 인체
밖으로 나온다.

윤씨는 이틀후 도시순환택배서비스로 약을 받는다.

개인에게 알맞은 약물 수용체에 따라 디자인한 맞춤약이 제약공장에서 각
가정으로 직송된다.

아내 이나미씨는 갑자기 우울증으로 고통받다가 한 박사를 찾는다.

한 박사는 테크노스트레스로 인해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조화가 깨져 나타난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이씨는 머리가 말끔해지는 알약을 3일간 복용한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편두통도 싹 가시는 느낌이다.

암 걱정은 없다.

20년전 암건강보험에 가입한 만큼 25년치의 보험료만 완납하면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대장암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전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김호수 군은 바이올린 연주가 장기다.

김군은 인공자궁에서 8개월을 성장한뒤 태어났다.

유명한 음악가의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인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

음대에 조기 진학하라는 조언을 들을 정도다.

김씨의 외아들은 다음주 포경수술을 받게 된다.

로봇의사가 10분이면 간단하게 끝낼 것이다.

전혀 피가 나지 않고 통증도 없다.

포경수술할때 떼어 놓을 살조각은 화상사고나 불의의 피부괴사에 대비해
조직은행에 보관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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