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경제위기와 함께 화두로 떠오른 말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준비만 제대로 했어도 경제위기는 피할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 네슬레의 데이브 파커 사장은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생각하면
한국사람 전용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사방을 울타리로 친 상황이 떠오른다"고
비유했을 정도다.

잭 웰치는 "1~2등 전략"으로 일약 금세기 최고의 경영귀재로 떠올랐다.

세계시장에서 1등이나 2등이 아닌 사업은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독특한 전략이다.

이 전략도 따지고 보면 글로벌시장의 준비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해당 업종에서 1등이나 2등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웰치 회장은 일찌감치 간파했다.

이런 전략은 기업에만 적용되는게 아니다.

국가경제, 경영인프라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자국에서만 비즈니스를 하는게 아니다.

경영환경이 좋은 나라, 첨단 경영인프라가 갖춰진 나라를 찾아간다.

한 외국기자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

"다국적 기업을 대형 항공모함이라고 치자. 이 항공모함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매력있는 항구에만 정박한다. 풍부한 자본과 첨단기술의 미국,
디자인의 이탈리아, 값싼 노동력의 중국.. 한국이란 항구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다국적 기업호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항구는 결국 쇠락할수 밖에
없다. 개방시대에 고립만큼 치명적인 독은 없다"

개방화시대에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세계각국의 경영 인프라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이 점에서 한국의 최대문제로 지적되는게 바로 "정부의 규제"다.

정부의 간섭이 심한 나라가 기업들에 인기를 끌리가 없다.

실제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가장 큰 장애로 "정부의 규제"를 꼽는
외국인들이 많다.

한국크로락스의 타이셍 틴 사장은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시장이지만 규제
때문에 실제 투자대상으로는 C학점"이라고 말했다.

"행정규제나 법규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법적규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을 배타시하는 한국적 관행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장애가 된다.

특히 외자유치 과정에서 빚어지는 경영진과 외국기업간 마찰은 외국인투자
유치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된다.

듀폰 코리아의 터커 콕존 사장은 "M&A에 감정적인 요소를 개입시켜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장부가격에만 얽매여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외국기업들은 장부가격보다는 장래의 수익가치를 더 중요시한다는 데
양측의 시각차가 있다"고 콕존 사장은 지적했다.

복잡한 유통구조, 인맥을 중시하는 한국의 비즈니스풍토도 보이지 않는
규제다.

"서양에서는 법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다. 다음은 논리이고 마지막이
인맥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 반대다. 인맥이 최우선 순위에 올라있다.
다음이 논리, 법은 마지막인 것 같다"(한국화이자의 로렌스 스미스 사장)

그러다 보니 한국시장은 예측불가능한 시장이란 얘기도 나온다.

객관적인 법이나 시장경제가 아니라 정부의 교묘한 행정, 사회적 인맥,
관행등이 비즈니스 환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한국문화에 낯선 외국 비즈니스맨
들로서는 당황스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얘기다.

"워크아웃"도 그 예다.

"기업의 생사결정이 명확한 법적잣대가 아닌 케이스별로 처리된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일부그룹에 협조융자를 제공한 것도 부실기업 정리 의지를
의심케 한다. 부도판정을 받은 기업들 상당수가 아직 최종 부도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나 기업의 개혁의지가 모호하게 비춰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다"(미국 한국경제연구원의 피터 벡 수석연구원)

한국의 경제개혁에 대해 "개혁 프로그램 자체는 A학점, 그러나 실천은
C나 D학점"(한국 롱프랑로라의 마이클 제다 사장)이란게 외국인들의
중평이다.

개혁안은 만점짜리로 만들지만 실천에 따르는 고통을 맛보게 되면 본래
취지에서 후퇴한다는게 한국개혁의 최대 문제점이란 얘기다.

이런점에서 미국 MIT대학 돈부시 교수의 충고는 귀담아 들을만하다.

"고통이 적으면 과실도 적은 법이다. 현재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과실은
나중에 찾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