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엘 본사.

1층 로비에는 지난해 경영실적과 올해 사업계획을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1백명이상의 기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발표된 바이엘의 매출은 5백49억마르크.

전년(5백50억마르크)보다 0.2% 줄어든 액수다.

세계에서 첫손꼽히는 화학 및 제약회사인 바이엘도 지난해 몰아닥친 아시아
및 남미의 경제위기를 비껴가진 못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분위기는 침울하지 않았다.

"사상 최고의 순익"이란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엘은 지난해 전년보다 7% 증가한 32억마르크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맨프레드 슈나이더 바이엘그룹 회장은 이날 "세계 곳곳의 경제위기, 가격
압력등에도 불구하고 매출수익률(ROS)이 11.4%로 사상 최고의 기록을 올렸다"
고 강조했다.

몸집은 좀 작아졌지만 영양분은 훨씬 풍부해진 것이다.

비결이 뭘까.

성공적인 사업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이런 효율적인 사업재편은 "CFROI"라는 첨단 나침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CFROI(Cash Flow Return On Investment)란 현금흐름 투자수익률.

일정액을투자했을 때 현금으로 창출되는 이익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는
지표다.

자산 및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수익성과 현금흐름창출면에
서 파악할 수 있는 첨단 평가지표다.

바이엘이 이 지표를 도입한 것은 지난 94년.

당시 바이엘은 수익률 감소에 시달리고 있었다.

89년 이후 매출은 4백10~4백20억마르크 수준이었지만 순익은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었다.

21억마르크(89년)였던 순익은 93년에 13억마르크까지 떨어졌다.

9%를 웃돌던 매출수익률도 5.7%까지 곤두박질쳤다.

구조조정은 절박했다.

이때 바이엘은 "가치경영"을 도입했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채택한 학습목표가 "CFROI-10%"였다.

도입당시 바이엘의 CFROI는 성적미달이었다.

바이엘은 일단 그룹전체의 성적을 이 수준으로 끌어올리되 목표를 맞추지
못하는 사업은 매각하거나 사업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생명공학 사업 집중육성"이란 전략도 이래서 나왔다.

제약 농약 등으로 구성된 생명공학사업은 CFROI 15.4%로 바이엘 그룹내에서
최우등생 사업이다.

현재 이 사업은 바이엘그룹 전체매출중 3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면에서는 그룹 전체의 절반을 벌어들인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란 얘기다.

바이엘은 생명공학의 사업비중을 절반까지 끌어올려 최대주력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반면 CFROI가 5.7%에 불과한 화학사업은 매출비중을 낮춰가고 있다.

97년 20%에 달했던 화학사업의 매출비중을 지난해 16%대로 끌어내린 데
이어 앞으로 15%대로 더욱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화학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화학사업의 "CFROI-10%"를 맞추기 위한 고부가가치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도 재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바이엘이 지난 3년간 단행한 구조조정 규모는 총 1백50억마르크어치.

그룹 전체 매출의 30%에 해당한다.

복사기시스템, 티타늄다이옥사이드, 실리콘사업 등 화학사업은 떼내거나
매각했으며 생명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의 시론
다이아그노스틱, 미국의 농약업체 구스타프슨 등은 사들였다.

물론 CFROI-10%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됐다.

이런 노력덕분에 바이엘은 도입 3년만인 지난 97년 CFROI 10.8%로 목표를
처음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10.7%를 기록했다.

바이엘은 앞으로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방향은 고부가가치 생명공학 및 화학기업을 향해서다.

새천년을 앞둔 바이엘의 변신이 21세기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 레버쿠젠(독일)=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