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화약고" 코소보에 불이 붙었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계 간의 민족 갈등에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히고 설켜 확전일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공습이 "발칸반도
의 평화정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습에 동참한 강대국들의 생각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들은 공습으로 거둘 또다른 실익을 따지며 손익계산서를 짜는데 분주하다.

미국의 경우는 이번 공습으로 챙길게 적지 않다.

"표정 관리"라도 해야 할 판이다.

미국은 나토를 통해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평화)"를 실현하는
논리적 근거를 갖게 됐다.

냉전후 유명무실해진 나토는 창설 50년만에 처음으로 주권국에 군사행동을
했다.

회원국들의 위기상황에만 움직인다는 원칙을 깨고 비회원국인 유고에까지
군대를 보냄으로써 존재의미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지역방위기구를 넘어 세계평화 유지군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나토를 주도한 미국은 지구촌의 패권자임을 선명하게 각인
시키고 있다.

내놓고 말하기 어렵지만 실전에 써보지 않은 B-2스텔스 전폭기와 레이저
유도탄 등 신무기를 테스트하는 기회도 됐다.

미국의 견제세력인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이런 "원대한" 속셈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코소보 사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는데 극력 반대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 러시아로서도 손해만 보는 게임은 아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유고 쪽에 무기를 팔아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여기에다 이번에 미국을 잘만 다루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국제통화기금
(IMF)의 지원금도 빨리 타낼 수 있다.

실제로 캉드쉬 IMF 총재가 미국의 재촉으로 모스크바로 급하게 달려갔다.

중국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첩첩이 쌓인 대미 현안과 전혀 무관치 않다.

유럽연합(EU)에서는 안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계기로 "유럽연합의
독자적인 군사력"을 구축해야 한다는데 광범위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강대국들은 전쟁의 틈바구니에서도 제각각 실속을 챙기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전쟁이 끝나면 발칸에 평화가 오는 것도 아니다.

1천년이상 묵은 민족과 종교갈등이 포탄 몇발로 정리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
이다.

결국 이번 공습은 온전히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만은 아닌 것 같다.

코소보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냉철한 국제
논리를 재삼 확인시켜 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