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산업의 주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코스와 클럽이다.

골프산업은 바로 코스와 클럽의 숙명적 대결에 발전의 모티브가 존재한다.

멀리, 정확히 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금세기 들어 클럽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고 그같은 추세는 코스의 변화로 직결되고 있다.

코스 정복을 위해 클럽이 발전된 것으로도 볼 수 있고 클럽발전이 워낙
급속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코스도 어려워진다고 할 수 있다.

골프클럽은 금세기 들어 우드의 메탈도입, 그라파이트샤프트의 등장 등 가장
혁신적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골프에 대한 인간의 도전, 클럽의 도전은 영원히 계속되는 법.

2000년대의 골프 역시 코스 정복이라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편승해 획기적
발전을 이룰 것이다.

21세기를 앞두고 골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패러디로 엮어 본다.

<> 클럽, 볼, 코스

전세계 수십만개의 골프코스에서는 클럽들의 격전이 영원히 계속되고
있었다.

클럽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우리가 최고다.

볼과 최종적으로 만나는 것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들이다.

골퍼들의 기량이 어떻건 볼을 뜨게하고 거리를 내는 것은 클럽이다.

우리가 말을 안들으면 스코어는 엉망이 된다.

골프는 클럽들의 싸움이다"

그러자 볼들이 반박한다.

"너희들이 어떻게 치건 어디로 날아가느냐 하는 것은 우리 맘이다.

내가 홀에 들어가야 스코어가 결정난다.

우리는 골프의 영원한 주인공이다"

클럽과 볼의 격전에 코스들은 말없이 웃고 있었다

"너희들이 아무리 아우성쳐도 절대 우리를 정복할 수는 없다.

골프의 만점은 18홀을 18타에 끝내는 것인데 그건 누구도 불가능하다.

너희들은 인간의 도구일 뿐이다.

골프는 레이저로 쏠수도 없고 미사일마냥 컴퓨터 조정도 불가능하다.

너희들이 인간의 손에 들려 휘둘려지는한 그 인간의 능력은 고작 몇야드를
더 날리고 몇야드를 더 홀에 가깝게 칠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골프의 본질이다"

골퍼들이 그 소릴 듣고 보니 할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골퍼들을 아웃사이더로 돌릴수는 없는 법.

골퍼는 최소한 선택의 권리를 갖고 있었다.

코스건 클럽이건 선택의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제까짓것들이 아무리 아우성쳐대도 골퍼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클럽은
필드의 맑은 공기를 마실수 없다.

또 골퍼없는 코스 역시 있을수 없는법 아닌가.

<> 클럽의 발전

클럽들은 정신을 차려야 했다.

감나무에서 스틸 티탄등으로 꾸준히 발전해온 클럽들이지만 자칫하면
소재목록에서 밀려날수 있는게 이 산업의 특징이었다.

이에 티탄 드라이버들이 강력 주장했다.

"20세기 최후의 히트소재가 바로 우리들이다.

지난 3,4년간 티탄으로 만들지 않은 드라이버를 보았는가.

우리는 가볍고 단단하기 때문에 헤드크기를 키울수 있었다.

스위트 스폿이 넓은 빅헤드는 아마추어클럽으로 최고.

미스히팅이 70%인 아마추어들은 빅헤드 우드만이 해결책이다"

그러자 스틸이되받았다.

"티탄은 유행성 소재이고 메이커들의 상술이다.

골프의 영원한 소재는 스틸.

머리 큰 아이가 공부 잘하는가?

장타의 원리는 작은 헤드로 정확히 치는 것이다.

골퍼들의 기량향상과 더불어 헤드는 다시 2백50cc 이내로 작아질 것이고
스틸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캘러웨이나 테일러메이드등 빅메이커들이 다시 스틸 소재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못들었는가"

스틸의 복고 논리가 나타나자 최근 등장한 신소재들을 대표해 머레이징이
나섰다.

"스틸은 샤프트나 헤드의 부분소재로 영원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합금소재가 바로 소재의 발전입니다.

멀리 보내며 타구감도 좋고 탄도도 높아진다는데 왜 우릴 쓰지 않겠습니까.

소재의 "반짝여부"는 골퍼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

논쟁이 가열되자 사회자가 정리에 나섰다.

"논리적으로는 다 맞습니다.

끊임없는 신소재 등장이 이 산업의 특징입니다.

클럽은 가장 급격히 변화와 도전이 교차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핵심은 "발전"에 있습니다.

5년전 클럽보다는 지금의 클럽이 거리도 더 나고 컨트롤이 쉬운건 분명하지
않습니까.

여러분들 모두 2000년대 들어서는 어떻게 밀려날지 아무도 몰라요.

퍼시몬(감나무)우드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지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최근의 신소재나 볼에 대해서는 다음 면에서 추가 설명합시다"

<> 선입관이 50%

하이테크 클럽은 매년 등장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술력은 적어도 골프에 관한한 한계가 있다.

다음 얘기가 그걸 증명한다.

옛날 옛적에 골프의 신이 있었다.

그는 댔다하면 3백야드가 나가는 드라이버와 쳤다하면 핀에 붙는 아이언을
만들었다.

물론 몇m거리든 홀을 찾아드는 퍼터도 잊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완성되던 날 그는 의기양양해 필드에 나갔다.

처음 몇홀은 신이 났다.

매홀 이글과 버디가 터졌고 파3홀에선 홀인원도 나왔다.

그러나 홀이 거듭될수록 그는 "이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골프는 골퍼가 치는 골프가 아니라 클럽이 만드는 골프였다.

미스샷 없는 골프를 골프로 볼수 있는가.

거기엔 압박감도 없었고 재미도 없었다.

그는 조용히 반성했다.

"클럽이 골퍼들과 코스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는 없다.

골프는 역시 인간의 손에 맡겨야 한다.

자, 나는 손을 뗄테니 너희들 나름대로 클럽을 만들도록 하라"

그때부터 인간들은 "최고의 클럽"을 찾아 대장정을 떠났다.

그러나 아무리 연구하고 개량해도 완벽한 클럽을 만들수는 없었다.

발전도 있었지만 거리가 난다고 해서 스코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2백만원짜리 드라이버도 OB는 났고 1백만원짜리 퍼터도 3퍼팅이 불가피했다.

자연과 싸우는 골프는 그 자연의 오묘함대로 언제나 미스터리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골프의 신.

그는 요즘 이렇게 말하고 있다.

"꽤나 아옹다옹 하는구나.

인간들은 골프를 모른다.

골프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법.

이세상엔 좋은 클럽도 없고 나쁜 클럽도 없다.

단지 클럽에 대한 선입관이 너희들 샷을 좌우할 뿐이다.

클럽은 선입관이 50%이상을 차지한다.

아무리 하찮은 클럽이라도 당신이 가질수 있는 유일한 클럽이며 또 최고의
클럽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골프를 최고로 만든다.

클럽타령은 부질없으니 정신차려 스윙이나 할지어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