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때아닌 "노( No )" 바람이 일고 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66) 전
운수상이 도쿄도지사 선거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개인적인 인기가 높기도 하지만 이번엔 시민들의 동향 자체가 관심
거리다.

소속한 정당이 없는 무당파이며 "반미"와 "보수"를 외치는 인사에게 지지표
를 던지겠다는 도쿄 시민들의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이시하라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25%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2위인 무소속의 마스조에 요이치(전 도쿄대조교수.50) 후보를 10%포인트
정도나 앞서고 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선 더블 스코어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지명도가 높기는 하다.

그는 22세때 "태양의 계절"이란 소설로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 상을 탄 인물이다.

27세때 전국구 참의원선거에서 사상처음으로 3백만표를 얻어내며 정계에
입문했다.

40세때 중의원으로 방향을 선회, 8번 내리 당선된 중진이기도 하다.

95년에는 "국회의원이 환관으로 전락해 있는한 일본은 망할 수밖에 없다"며
정계를 훌쩍 떠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정계"로 이어
지는 "No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도 했다.

이번엔 "No라고 말할 수 있는 도쿄"를 외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그의 개인적인 인기보다 무당파 부동층의 시민들이 "No"를 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게 중론이다.

요즘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업도산이 줄을 잇고 실업률은 매달 최고치 기록을 고쳐 쓰고 있다.

회사가 평생 책임을 져주는 "평생 고용" 관행도 무너졌다.

여기에다 흉악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보수우익과 국수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와 지도층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반발도 섞여 있다.

기존 세력과 미국을 향해 "No"라고 외쳐대는 이시하라 후보의 목소리에
공감대가 만들어지기에 충분하다.

이시하라 후보의 부상을 못마땅해 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심을 역이용한 인기 지상주의"라는 비난이 있기는 하다.

그런 한쪽에선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 탄생한다"고 열광적이기도 하다.

그것이 "전략"이든 "민심"이든 이시하라 후보의 부상은 정치와 경제가
무너지면 국민들이 무엇을 선택하는 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 김경식 도쿄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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