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이후 어떤 금융업종보다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고있다.

30개에 달하던 종금사 가운데 부실이 심화된 16개사는 문을 닫았고 현대
한외종금 등 2개사는 각각 강원은행과 외환은행에 합병됐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12개 종금사의 경우도 2차 구조조정의 거센 회오리에
휘말려들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과거처럼 몇몇 종금사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하는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종금사 간판을 내걸고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업계 자체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그만큼 사정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현재 진행되는 구조개편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70년대 초반 화려하게 등장한
종합금융업종 자체가 20여년의 영화를 뒤로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000년대에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종금사를 금융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종금사들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무환경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벌써부터 증권사를 비롯한 다른 금융권 기관들이 잇달아 업무영역을
잠식해옴에 따라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이로 인한 수지악화가 초래되고
있다.

또 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있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는 한편으로는 종금사와 증권사의 합병을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부실이 심화된 종금사는 추가 퇴출시킨다는 원칙아래 2차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이에따라 대다수 종금사들은 증권사와의 합병을 통한 투자은행 전환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은행과 증권, 보험권이 앞으로 점진적인 겸업주의의 길을 걷게
되면 종금사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긴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은행 역할을 증권사 투자신탁사
종금사 등 증권관련 금융기관들이 나눠 맡고있다.

그러나 어느 기관도 외국계 기관에 경쟁할만한 대형화및 선진화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종금사가 투자은행화하기 위해서는 은행 증권 투신사 여신전문기관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금융기법의 선진화, 금융기관간 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증권사와의 합병 움직임을 보이는 종금사가 늘고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우선적으로 증권사와 합병이 가능한 회사로는 주요 그룹사들이 1대주주
또는 주요 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는 그룹계열 종금사가 꼽히고 있다.

한국(대우) 한불(한진) 영남-경수(삼성) 울산(현대) LG 동양종금 등이다.

업계에서도 이들 종금사의 경우 그룹차원에서 계열 증권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합병작업이 의외로 쉽게 성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금감위 역시 "증권사와 종금사를 함께 거느릴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계열 증권사가 없는 종금사들 역시 새로운 투자선을 찾기위한 작업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중앙종금이 김석기 전 한누리투자증권 사장(현 코리아캐피탈사장)을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 금융계에 널리 알려진 김 사장을 통해 해외자본 유치를 성사시킨 뒤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종금사 구조개편을 가속화
하는 또다른 칼날이다.

정부와 IMF는 3월말 6%, 6월말 8% 기준에 현저히 미달하는 종금사의 경우
신규영업및 국제업무 중단을 비롯한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국제업무 중단 등의 조치를 받으면 그때부터는 종금사가 아니라 신용금고로
전락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12개 종금사는 이제 증권사에 합병되느냐, 합병이나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느냐,
아니면 신용금고로 전락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다른 선택의 길은 없어 보인다.

결국 2000년대 종금사의 모습은 지금 시점에서 각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와
그 선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자금줄과 선진 금융노하우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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