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사법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예비판사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예비판사들이 정식 판사로 임명되기 전에 사직, 로펌(법무법인)행을 선택
하고 있어서다.

이로인해 경험을 쌓은 법관의 재판으로 국민들에게 질높은 법조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예비판사에 임명돼 내년 3월
정식법관 임명을 앞둔 사법연수원 27기생 79명중 5~6명이 전직을 고려중이다.

이중 1명은 이미 사표를 냈다.

올해 예비판사로 임명된 사법연수원 28기생 74명중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지방법원의 이병래 예비판사가 1년간의 예비판사 생활을 마감
하고 변호사로 변신, 법무법인인 세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변호사는 세종에서 금융파트 일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연수원 생활때부터 로펌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판사라는 직업도 매력이 있으나 로펌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연수원 시절 로펌에서 6개월간 리서치를 한 경험이 로펌을
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B 예비판사는 오는 5월께 법무법인인 한미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신변을
정리중이다.

로펌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B 예비판사는 이번에 개인사정이 겹쳐 로펌행을
앞당기게 됐다.

그는 당초 로펌을 택했으나 주위의 권유로 법원을 지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들은 예비판사들을 대환영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성적이 우수한데다 법조 경험까지 겸비, 즉시 현업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펌의 한 리크루트 담당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리크루팅할 때 우선 성적
우수자 확보에 나선다"며 "예비판사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즉 예비판사들이 로펌의 스카우트 대상 1순위라는 말이다.

그러나 법원은 예비판사들의 무더기 사퇴를 우려하고 있다.

법원관계자는 "특히 대전법조비리 사건이후 부장급 판사들이 대거 사표를
제출해 재판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예비판사마저 대거 빠져 나갈
경우 내년엔 큰 문제가 발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 용어설명 ] -----------------------------------------------

<> 예비판사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법관으로 임용되던 방식이 폐지되면서 2년간
현장에서 법관수업을 받는 판사를 말한다.

2년동안 재판에 대한 능력과 경험을 쌓은 뒤 정식법관으로 임명된다.

재판의 수준을 높여 재판에 신뢰를 가하자는 것이 예비판사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다.

전국 법원의 재판부에 배속,그 재판부의 판결문 초고를 작성하거나 판례와
자료를 조사하고 사건을 분석하는 직무를 맡고 있다.

형사 가사 민사 행정 등 여러 재판방식을 두루 경험하게 되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한 법관으로 임명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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