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메모리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전체 매출액의 90%가 메모리에서 나온다.

비메모리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비중이 3대 7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 반도체산업이 얼마나 메모리에 편중돼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메모리시장도 강점이 많다.

대량 생산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웨이퍼 한장에서 수백개의 칩을 만들어 내므로 시장이 좋으면 "떼돈"을
벌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메모리는 경기부침이 너무 심하다.

한 번 불황에 빠지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등 반도체업체들이 꾸준히 비메모리 분야의
강화를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비메모리 기술은 미국과 일본업체를
1백으로 했을 때 50이하 수준이다.

제조및 조립기술도 95선으로 미국이나 일본에 근접하고 있으나 설계기술은
40에 불과하다.

기초기술은 30으로 더 떨어진다.

비메모리 분야의 취약은 국내 반도체산업이 D램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익성
이 좌우되는 지극히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었다.

현대와 LG반도체의 통합도 사실 따지고 보면 메모리 시장에 지나치게
편중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비메모리 기술이 취약한 것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우리 산업이 조립생산이라는 특성을 가지고있어 기본적으로 기초
기술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설계 인력의 부족으로 시스템 설계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다시말해 조립가공 생산을 하다보니 제품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제품기능을 시스템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의 기반인 유전체 형성기술, 계측기술 등 기초기술 분야와
단위공정 기술이 외국에 비해 매우 취약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초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기술로 우리 고유의 제품을 개발해야 제품의 기능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칩 하나에 설계해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업분야 기술진이 제품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초고속정보통신망 같은 국책사업에 통신업체와
반도체업체를 함께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설계(기획)와 생산(서비스)을 분리해 업체별로 전문화시켜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문형반도체(ASIC)사업 협의회의 박학송 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전제로 해야 발전할수 있다"면서
"대형업체들은 설계에 참여하지 말고 많은 부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기술 인프라가 한단계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
했다.

산업 기초기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일본업체의 경험을 감안할때 주문형반도체, CPU등
로직 반도체시장에 진출해야한다"며 메모리 기술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신규시장을 개척해야한다고 강조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