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다국적기업인 볼보가 지난해 8월 삼성중공업의
중장비부문을 인수해 만든 회사다.

이제 겨우 반년이 넘은 셈이지만 동종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세계 3위의 건설기계 업체가 진출했다는 사실도 업계를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이 회사가 보여주는 경영방식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건설중장비 업체의 느리고 더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볼보가 구축한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은 마치 소비재가 생산업체를 닮았다.

먼저 보고서를 통해 일을 처리하던 방식을 완전히 없앴다.

웬만한 것은 말로 보고하면 끝이다.

이전에는 보고서 문구 하나를 수정하는데도 부서장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

타부서와의 업무협의에도 며칠이 걸렸다.

사내에서부터 장애요인이 산적했던 셈이다.

회의의 형식을 간소화한 것도 의사결정을 빠르게 한 직접적인 요인이다.

토니 핼샴 사장은 중요한 회의 안건은 반드시 자기가 정한다.

참석자도 직접 지정한다.

임원들은 자료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부서원을 배석시킬 수도 없다.

뿐만 아니다.

토론과정에서 "중도"를 취할 수 없다.

반드시 자기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사장이 솔선수범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핼샴 사장은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고 회의 자료를 손수 챙긴다.

볼보코리아가 다수품목을 취급하던 예전의 방식을 벗어나 굴착기에
주력키로 한 것은 이런 바탕에서 "빠르게" 내려진 결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