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국력의 상징이다.

서비스 산업의 비대화로 과거보다는 빛이 바래긴 했으나 제조업은
여전히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이 제조업 경쟁력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제조업 경쟁력에 가장 열성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적어도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치고 있다.

90년대 들어 미국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아직까지
자존심을 잃지 않는 것은 제조업 분야에선 아직도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일본은 2차대전후 정부 주도로 경제발전을 꾀해온 것처럼 현재도
정부가 앞장서 끌고 민간기업이 뒤에서 미는 형태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정부는 최장 30년후에 실용화될 기술과 산업을 미리 예측 발표해
민간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유도하고 미래유망산업에 대해선 각종
세제 금융혜택 등을 줘 발전을 유도한다.

때론 신제품을 연구하는 연구조합 등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 97년 일본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경제구조의 개혁과 창조를
위한 행동계획"은 일본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을 집약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액션플랜(행동계획)에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 15개
개별산업 분야를 선정,각각의 분야에서 소비자 니즈가 어떻게 변하고
거기에 대응하려면 어떤 기술들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또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도 빼놓지 않았다.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신규 산업 창출을 통해 21세기에도 제조업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일종의 정책 청사진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 마스터 플랜에 의거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중이다.

민간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면서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협력,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나 LCD(액정표시장치), 디지털 TV와 VTR, 생명공학 등이 주대상이다.

개발비와 소요 인력을 공동 부담하는 대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정부 중심의 제조업 육성책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미국은 민간
기업 자율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처럼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식의 산업정책보다는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데 더 중점이 주어진다.

물론 미국 정부도 육성이 필요한 산업에 대해선 세제및 금융, 연구조합
결성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93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국가과학기술회의(NTSC)는 바로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겨냥한 것이다.

또 제조업이 발전할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정부가 나선다.

연방정부 주도아래 진행되고 있는 "정보고속도로"( Information Highway )가
대표적 사례다.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에인절 투자자
등에게 세금 혜택을 줌으로써 벤처기업이 성장하고 결과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하고 있다.

우주 항공등 군사용으로 개발된 기술을 민간이 상용화하거나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제조업 키우기의 한 전략으로 볼수 있다.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럽은 EU(유럽연합)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역내 업체간
공동개발이나 상호 협력을 구축함으로써 제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EU도 미국처럼 직접적인 산업 육성 정책은 자제하는 편이다.

아시아 각국은 일본식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제조업을 수출산업화해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금융위기 이후 다소 주춤해졌지만 제조업 키우기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공통적인
현상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제조업을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는 점.

싱가포르는 페어차일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등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방법
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중이며 2000년대 싱가포르를 정보의 섬으로 전환시킨
다는 "IT 2000"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말레이시아는 81년 마하티르 총리 취임후 철강 시멘트 금속 기계
자동차 등 중공업 육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항공기 산업을 집중 육성중이다.

중국도 외국인 직접투자를 활용해 제조업을 수출산업화하고 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