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고향을 느낄 수 있을까.

고향하면 어머니품 같은 따뜻하고 정겨운 마을 모습이다.

"성냥곽집"이나 "닭장"으로 불리는 아파트는 왠지 거리가 멀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은 아파트가 고향이다.

대도시의 경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70%를 넘어선다.

어머니품의 푸근함과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지 못한다면 아파트는 고향이
아니라 단지 출생지일 뿐이다.

그런 아파트단지를 "살기 좋은 마을"로 바꾸는 것.

김칠준(42) 변호사가 그리는 아파트공동체의 모습이다.

수원지역에서 노동.인권변호사로 이름이 알려진 김변호사는 참여연대의
아파트공동체연구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볍률학교를 세우는 등 "운동" 범위를 노동 인권에서
중산층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그를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파트공동체운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아파트단지(마을)차원에서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마을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하자나 부실관리문제를 해결하는등 법적권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해 새로운
아파트문화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파트단지를 작은 자치단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사실 지금의 아파트는 거대한 수용소 아닙니까"


-공동체운동은 어떻게 하나요.

"주민들간의 만남에서 시작되겠지요.

관리비의혹등 문제가 있을때는 물론이고 함께 운동을 즐기거나 독서토론모임
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소모임이 확산돼 아파트 주민 전체가 참여한다면 성공적입니다.

요즘처럼 어려울때 실직가장이나 주부들에게 일거리를 소개하는 정보실
운영등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두레나 품앗이 개념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 사례가 많습니까.

"주민들이 도서관(서울 하계동 현대우성아파트등) 열린문화교실
(수원 삼환아파트)을 만들고 자치신문(대전 한우리아파트)을 발행하기도
합니다.

음식물쓰레기의 사료화(부천 중흥마을)나 직거래장터(서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도 운영하고요.

어린이캠프(부천 되안동 도공아파트)등 할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아파트공동체연구소는 어떻게 운영됩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02-723-5302, 8119)입니다.

아파트단지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문제에 대한 상담을 받아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등 전문가들이 문제해결을 지원합니다.

주민간의 분쟁도 중재하고요.

아파트시민학교를 열어 아파트를 민주적인 마을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상담은 어느정도 들어오나요.

"작년 2월부터 시작했는데 하루평균 20~30건의 상담이 이뤄집니다.

한달에 3백건정도지요.

전화상담이 대부분이지만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인지요.

"아파트 하자와 부실공사에 관한 것이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에는 건설회사들이 부도를 많이 내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의
입주예정자들이 많이 상담을 합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같아 안타깝지요.

관리비의혹에 대한 고발 또한 많습니다"


-해결은 어떻게 합니까.

"법적 조언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문제를 여론화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개별사안뿐 아니라 공통적인 문제를 제도화시키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임대주택관리법안을 만들어 현재 국회 청원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해결된 문제도 많겠네요.

"97년 서울 수서 한아름 아파트앞에서 나산오피스텔이 공사를 시작했어요.

아파트주민들은 당연히 일조권 침해라고 주장했지요.

법정싸움까지 해서 결국 주민들이 이겼습니다.

공사는 중단됐고요.

헌법에만 있었던 일조권을 주민들의 힘으로 제도화한 예지요"


-아무래도 관리비를 둘러싼 의혹이 많을텐데요.

"현실적으로 그렇습니다.

한 예를들면 지난해초 성남 은행주공아파트에서 관리비가 폭등했어요.

27평형기준으로 14만원이던 관리비가 23만원으로 올랐으니까요.

알아보니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이 비리를 저지른 것이지요.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을 불신임하는등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공동체운동에 어려운 일은 어떤 것입니까.

"주민들의 관심부족이지요.

운동에 대한 인식과 참여도는 아직 저조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공동체"란 말이 이제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것만도 큰 발전이지요"


-어떻게 이런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요.

"7년전에 철거민들을 위해 일할때 였습니다.

천신만고끝에 주거권을 보장하는 임대아파트를 받았지요.

그러나 하자가 한두군데가 아니고 관리권도 보장받지 못했어요.

역설적이지만 이때 아파트공동체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와 민주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