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밝힌 아파트관리 비리실태는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주민의 안전과 편익을 위해 봉사해야 할 관리자들이 허위 또는 과장
청구를 통해 관리비를 횡령했는가 하면 각종 공사를 수주하면서 금품을 수수
했다고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금품이 오간 시설공사가 제대로 됐을리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민대표 관리사무소 시공보수업자등이 서로 결탁해 부정을
저지른 사례도 적지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같은 비리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찰의 특별단속 결과 나타난 실태는 예상보다 훨씬 광범하고 다양하게 이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따라서 범죄단속의 차원이
아닌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같은 아파트관리 비리는 특정지역이나 특정아파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국 어디서나 있음직한 일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전국의 아파트(연립포함)는 약 5백만가구에 달하며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만도 1만여곳이 넘는다.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현재의 아파트 관리체제가 계속
되는한 유사한 비리는 언제든지 재발될 소지가 크고 고질화될 가능성이 크다
는 점에서 특단의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기본적으로 자치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아파트 관리체제와 관련해
생기는 비리를 법과 제도로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
들의 양식과 정직 청렴에만 호소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현행
주택건설촉진법 및 공동주택관리령, 그리고 공동주택관리규칙등에서 정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에 대한 자체적인 감시감독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수 있는
실행체제를 갖추는 방법을 연구해 보아야 한다. 사실 아파트 관리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비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관리를 위탁한 주민들이 장부검사등
감시기능을 충실하게 할수 없는 현실을 악용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주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은 정부도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감시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현행 주택건설촉진법등에는 건설부장관 또는 도지사가 입주자대표회의
아파트관리주체 또는 주택관리사등에 대해 자료제출을 명하거나 장부등을
조사 또는 검사할수 있도록 돼있다. 과연 정부가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을 가졌는지 묻고 싶다. 시험을 통해 주택관리사를 배출하는
것이 모든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공동
주택관리업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 사업자들이 제기능을 충실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아파트 비리는 단순한 범죄행위가 아니다. 비리는 설비와 보수공사의
부실을 가져올수 있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