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민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실장 >

정부조직개편과 개방형 공무원제도도입은 결말이 어떻게 될까.

16일 경제부처, 17일 비경제부처 국무위원간담회에 이어 18일 오전 자민련,
오후 국민회의와의 당정협의회가 잇달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이 좁혀
지는 것 같지만도 않다.

외국 컨설팅업체까지 포함한 민간경영진단팀에 정부조직 경영평가를 맡겨
이를 토대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애당초 잘못됐다는 때늦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맡기느냐, 나라 체면이 뭐가
되느냐는 식의 약간은 감정적인 지적이기도 하다.

이미 지나간 과정에 대한 이런 지적은 차치하더라도 이른바 경영진단조정팀
의 정부조직개편안은 문제가 적지않다.

정책조정기능을 강화한다면서 이를 예산기능과 분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재경부의 반론도 설득력이 있다.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등 산업관련부서를 통합하는 것도 마찬
가지로 문제다.

전혀 이질적인 업무를 한 부처로 묶는 것은 한마디로 비효율적이기 때문
이다.

무리한 부처 통폐합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방형 공무원 제도를 도입
하겠다는 방침과도 본질적으로 어긋난다.

공무원인사가 부처단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러하다.

과학업무를 하다가 수출 또는 정보통신업무도 맡아야하는 공무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고 보면, 이들 업무를 꼭 한 부처로
통합해야할 까닭을 납득하기 어렵다.

개방형 직책을 지정, 이 자리에는 3년계약으로 민간전문가를 기용해 공무원
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발상도 겉모양은 그럴듯하지만 엄청난 부작용
을 결과할 공산이 크다.

우선 공무원신분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적지않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꼴이 될게 십상이다.

3년 계약기간이 끝난 뒤 재고용계약을 보장받기 위해 정치권에 밀착하려는
성향을 보일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고 보면 이 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무원 자리가 정권을 잡은 정당의 전리품화하는 이른바 스포일스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꼴이 되지않는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의 기본골격은 어떤 이유로도 훼손돼서는 안된다.

선거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는등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게 된데는 공무원
신분보장과 이를 통한 정치적 중립성이 그런대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문성확보를 위해 행정의 기둥이라고 할 국장급 중심의 수백자리를 외부
에서 기용한다는 것은 냉정히 따져 설득력이 없다.

정말 전문성이 있는 극소수 인력을 기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것은
현행 제도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무직 별정직 계약직등 이른바 특수경력직을 활용하면 된다.

과거에도 김재익씨등 경제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훌륭한 전문가들을 그렇게
채용했었다.

실제로 행정에서는 행정전문가가 필요하지, 학문적 이론적 또는 기능적
전문가가 그렇게 많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하다.

법률이 규정한 일을 집행하는 일반적인 행정업무의 경우 사실이 그렇다.

차관보 비서관등 외부전문가를 기용할 수 있는 별정직 자리만으로도 전문성
확보는 가능하다고 보는게 옳다.

정부조직개편에 겹쳐 개방형직제가 도입된다면 형의 선고 또는 징계처분을
받지않는한 본인의사에 반해 휴직 강임 또는 면직당하지 않게 법률로 보장한
조항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않아도 직책없는 이른바 인공위성군이 적지않은 마당에 수백자리를
외부에서 날아온 사람들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공무원사회의 요동은 엄청날
것이다.

외부에서 기용된 사람중 상당수가 일반직으로 전직하는등 어떤 방법으로든
계속 남아있으려들 것 또한 분명하고 보면 그 후유증은 두고 두고 계속될
것이다.

개방형 직제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개편도 예산과 정책조정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옳지않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재경부예산청 기획예산위 체제도 문제가 있다.

차라리 옛날 기획원 재무부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은 것 아닌지...

현정부로서는 감정적으로 내키지 않겠지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