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년전 농경사회의 인류는 비옥한 땅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 했다.

그러나 비료의 등장 등 농업의 발달은 인류를 땅의 구속으로부터 해방
시켰다.

과학 덕택에 척박한 땅도 기름진 땅으로 바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천년이 열리면서 과학은 인류에게 또다른 자유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신체로부터의 자유"가 그것이다.

심장 간등 장기가 손상 됐다거나 교통사고로 뼈가 으스러졌다고 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인공 조직으로 갈아끼거나 붙이면 되기 때문이다.

간 손상이 무서워 술을 끊는 일은 머지않아 없어질지 모른다.

인조인간의 꿈은 티슈엔지니어링(tissue-engineering)으로 불리는 조직공학
의 발전으로 실현 시기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조직공학은 배양된 생체세포를 손상된 장기에 주입, 조직을 재생시킴으로써
새로운 장기를 "창조"하는 기적을 가능케 한다.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티픽어메리칸" 최신호는 새로운 장기(Neo-Organ)
를 생성시키는 조직공학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조직공학은 딱딱한 금속성의 인공장기를 집어넣는 대신 인간의 몸과 융합된
장기를 몸속에서 만들어 내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생체친화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 인공간과 인공췌장 =가장 대체가 어려운 장기로 꼽히는 간은 조직공학이
위력을 발휘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건강한 간세포를 인체에 주입, 간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낼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특히 이식한 간세포에 약물을 주입, 조직 생성을 촉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성된 인공간이라도 아직까지는 간의 특정 기능만을 대체할
수 있을 뿐이다.

독성물질을 분해하거나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는 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인공간의 등장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에서 돼지를 이용해 개발한 인공 간을 임상시험하는 단계다.

췌장에 탈이 나서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당뇨병에 걸렸을때도
조직공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췌장 세포를 배양한후 직접 복강 내에 그 세포를 주입한다.

세포가 몸속을 돌며 인슐린을 분비토록 하는 것이다.

이때 몸의 면역세포가 췌장 세포를 적으로 간주해 파괴하는 이를 막기 위해
고분자 화합물로 이뤄진 보호막으로 세포를 감싼다.

사용이 끝난후 보호막을 몸에서 빼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수술봉합사처럼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생체친화적인
고분자가 개발됨으로써 해결될 전망이다.

<> 인공피부와 인공연골 =인공피부도 조직공학의 도움을 얻어 실리콘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손상된 피부에 세포를 이식, 원상복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

최근 미국의 메모리얼병원은 선천성 피부병인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
17명을 대상으로 인공피부를 이식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했다.

신생아의 포경수술에서 얻어진 포피에서 작은샘플을 떼어내 이를 암소의
교원질속에서 최고 20만배의 크기로 배양해 만든 것을 이식했다.

주먹만한 크기의 인조피부 하나에 1천달러의 가격이 매겨질 것으로 전망
된다.

피부암이나 화상 등으로 인해 손상 된 부위를 인공피부가 덮어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연골조직도 조직공학을 통해 재현될 수 있다.

손상된 연골조직을 재생하기 위해 환자의 연골조직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한뒤 상처부위에 심는다.

완전히 재생하는데는 12~18개월이 걸린다.

심지어 매사추세츠의대는 동물실험을 통해 새로운 연골조직을 귀 코 등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 인공신장과 인공심장 =인공신장도 조직공학의 도움을 얻고 있다.

신장은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 외에 인체에 필요한 물질을 생성하는
역할도 해야 해 신장 내피세포의 기능이 꼭 발휘돼야 한다.

이를위해 내피 세포 배양이 시도되고 있다.

종전의 인공신장은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도 중공사막을 이용해 구현했다.

크기도 데스크탑 PC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신장 세포를 이용해 여과기능을 갖는 생체조직을 몸속에서
만들어 내는 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조직공학은 심지어 심장까지도 재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대학의 한 연구팀이 최근 이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심장을 완전히 재생 시키는 것은 앞으로도 10~20년이 걸려야 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그러나 심장판막이나 혈관같은 조직은 머지 않아 세포배양을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드밴스트티슈사이언즈사와 오가노제네시스사 등은 이같은 조직
배양을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현재도 인공심장은 보조용 수준으로 나와 있으나 조직공학을 이용하지
않은게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기유압식이나 압축공기식 등을 이용한 인공심장이 개발되고 있는 것.

<> 기타 인공조직 =물론 이같은 인조인간 시대가 조직공학만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전자및 재료공학의 발전이 병행하면서 신체를 인공 조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 혀, 인공 팔 달리, 인공 눈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연구진이 지난해 개발한 인공혀는 수백가지 화학물질로
이뤄진 마이크로센서를 하나의 실리콘웨이퍼위에 얹어 인간의 혀 모양처럼
디자인했다.

인공 팔과 다리도 정상인의 감각을 느낄 수준만큼 개발되고 있다.

뇌의 전기 신호를 받아 기능을 수행하는 전자장치가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특히 팔은 오렌지 껍질을 깔 정도의 섬세함과 토마토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직경 5mm의 면적에 1백만개의 시신경을 밀집 시켜야 하는 인공망막 제조
기술은 영상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장님의 눈을 열어주는 구세주로 등장할 전망이다.

소리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 대뇌로 전달하는 내이를 대체하는 인공
내이는 현재 후천성 난청에 적용되고 있지만 선청선 난청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의 실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