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의 이문성 변호사(46)는 변호사라기 보다 딜메이커(Deal Maker)에
가깝다.

결코 법률지식이나 경륜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는 행시와 사시를 차례로 합격한 재원이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법이론에 능통하다.

그런 이 변호사를 딜메이키로 칭하는 것은 그가 M&A(인수 합병) 세계에
푹 빠져 있어서다.

좀체 성사되기 어려운 딜(Deal)도 그의 손끝을 거치면 깔끔하게 처리된다.

그만큼 기업을 정확히 알고 있고 M&A당사자들의 심리까지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우호적인 M&A의 경우 이 변호사를 통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7년 여름께 일이다.

영국 B사의 재무담당자가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국내에서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 B사는 우리나라 파트너(H사)의 지분(50%)
을 인수키로 했지만 협상에 번번히 실패했다.

가격차이가 컸다.

마치 자동차와 반도체 빅딜협상이 지연되는 것과 같았다.

이 변호사는 가격절충에 번번히 실패하는 까닭에 대해 고민했다.

이유는 다름아닌 미래 수익가치에 상이한 평가에 있었다.

그래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의 우호적 M&A사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마침내 찾은 해법이 언아웃(Earn-out)기법.

국내에선 낯선 방법이었지만 그렇다고 활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이 방법은 기본금액을 정하고 미래에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선 서로 나눠
갖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결국 석달을 끌던 딜이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연간 1백만달러 이상의 세전수익을 거두면 초과액의 절반을 5년동안 양도자
에 넘기는 식이었다.

이 변호사는 "투명하고 명확한 회계기준이 정착되면 이같은 형태의 M&A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건의 M&A거래를 이런 방식으로 진행중이다.

그는 외환위기이후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지냈다.

우호적 M&A 시장에서 그의 수완이 알려지면서 기업이나 사업부를 성공적
으로 팔기 위해 그를 찾았기 때문.

M&A 성사여부가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한화기계 베어링부문 영업양도, 한화종합화학 과산화수소부문 영업양도,
LG화학의 카본블랙공장 매각이 외환위기 이후 그가 성사시킨 대표적인
딜이다.

이때마다 그는 알토란같은 사업체를 내놓는 사업주들의 입장을 지켜 보며
함께 고뇌해야 했다.

침착한 그였지만 더욱 진지하게 협상을 이끌려고 최선을 다했다.

외국투자가들이 그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는 매수자측에서 법률자문을 제공해야 한다.

코스트코홀세일의 신세계 프라이스클럽 영업권인수와 PSINET의 아이넷
인수때도 딜 메이커로서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후 콜롬비안케미컬사가 금호석유화학의 카본블랙사업부문을 인수할 때와
일리노이즈툴웍스가 삼정강업의 스틸스트랩핑사업부문을 인수할 경우에도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 변호사는 M&A 딜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가격협상이라고 말한다.

회사의 가치는 항상 변하게 마련이다.

심지어 경제환경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투자가와 딜을 할 때는 값차이가 더 크다.

우리 기업인들은 기업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Replacement Cost)으로 가치를
따진다.

반면 외국인은 미래 수익성을 최우선적으로 본다.

이른바 할인률(Discount Rate)로 프로젝트의 원금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런 인식차를 극복하는게 바로 딜메이커인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76년 사법고시를 합격한 이 변호사는 판사로 잠깐
활동하다 변호사로 변신했다.

좀더 박진감있는 삶을 개척하고 싶었다.

M&A 전문가로 나선 것은 지난 87년 미국 스커든 압스법률사무소에서 1년여
동안 근무한 이후였다.

기업에 대한 신비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M&A가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확신한 때가 그때쯤이다.

그는 M&A 시장을 무척 밝게 본다.

개정 상법에 따라 물적분할제도를 활용하면 주식매수청구권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제도적으로 별다른 걸림돌이 없는데다 M&A를 좋은 의미로 활용하려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어서다.

이 변호사는 M&A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당사자들에게는 보약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항상 어깨가 무거울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면서 딜에 참여한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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