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을 15세기말부터 개척한 스페인은 매년 두 차례씩 10~20척으로
짜여진 함대를 보내 잉카나 마야로부터 빼앗은 엄청난 금은보화를 실어
날랐다.

그러나 보물선들은 귀국길에 꼭 거쳐야하는 카리브해에서 자주 가라앉아
버렸다.

이 해역은 허리케인이 빈발했고 바다밑은 암초로 뒤덮여 있는 "마의 바다"
였다.

1978년11월27일 미국인 웨버는 1641년 좌초된 스페인 콘셉시온호를 발견해
3백27년만에 수천만달러가 넘는 가치를 지닌 은화와 은괴, 금붙이와
중국도자기를 건져 올렸다.

"20세기 최고의 보물발견"으로 꼽히는 이 행운은 그가 가산을 탕진해가며
바다속을 뒤지기 시작한지 20년째 맞은 마지막 행운이었다.

이보다 앞서 1965년 이 해역 인근에서는 역시 미국인 모험가 와그너가
18세기 스페인 수송선단의 수많은 은괴와 중국도자기, 금화 1천1백27개를
건져 올리는 행운을 얻었다.

그뒤 미국해양고고학자 배스는 1984년 터키의 겔리도니아곶 앞바다를
20여년간 뒤진끝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인 울루부룬의 난파선에서
수천점의 청동기유물을 발굴해 인류가 고대이집트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게 했다.

그보다 더 값진 보물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6년 신안 앞바다해저에서 원나라의 유물선이 발견돼
6년의 발굴끝에 대부분이 도자기인 1만9천여점의 유물과 복원한 배가 현재
목포 신안해저유물관에 전시돼 있다.

값으로만은 따질 수 없는 보물들이다.

요즘 거제 앞바다에서도 보물선이 묻혀있다고 주장하면서 발굴하겠다는
사람이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일제패망직전인 45년 만주와 한국에서 빼앗은 금괴및 문화재급 보물을 실은
일본군함이 미국기의 폭격으로 침몰한 것이란다.

일본군제1방면 사령관의 통역관을 지냈던 아버지에게 사실을 전해들었다는
이야기다.

땅도 아닌 바다속의 발굴은 당시의 정확한 기록이 필수적이다.

칼리브해에서 콘셉시온호를 발견한 웨버는 침몰한지 46년만에 그 배를 먼저
발견했던 로저스의 항해일지가 결정적 단서가 됐고 와그너도 미국 국회도서관
희귀본인 사고 당시의 스페인의 기록을 토대로 했다.

모험에는 항상 희망이 강하게 앞서는 것이긴 하나 기록도 없는 우리식의
무모한 모험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