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40대 직장인 노후 설계'' ]

지난 14일은 화이트 데이였다.

남자의 검은 본심을 사랑으로 하얗게 포장한다고 해서 화이트 데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쪼들리는 호주머니 사정에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자니 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어 그렇게 부르는 것일까.

사실 남자를 하얗게 질리게 만드는 것은 화이트 데이만이 아니다.

노후생활도 남자를 하얗게 질리게 만든다.

최근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이 발표한 "노인생활 실태분석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60세 이상 남자들은 부인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사람이 83.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60세이상 여자들은 남편에게 의지하려 한다는 사람이 3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설마하고 믿었지만 아내가 의존하려는 대상은 남편인 "나"보다는 아들이나
딸 또는 사위가 우선순위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늘그막에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들이나 딸, 사위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어려서는 아버지, 젊어선 남편, 늙어선 아들이란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미리 노후자금 계획을 세워 60세부터 개인연금으로 매달 생활자금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해 나이가 40세인 사람은 지금 2천39만원의 목돈을 노후자금으로
비축했다면 하얗게 질리지 않고 60세부터 현재 돈 가치로 매달 8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쓰면서 노후를 꾸려갈 수 있다.

2천39만원의 노후자금에 지금 나이 40세부터 60세 은퇴할 때까지 20년동안
연 8%의 복리이자가 붙으면 은퇴시점에는 9천5백만원이나 되고 이 정도 돈이
면 연5%정도 인플레이션이 된다고 해도 원금과 이자를 나눠 쓰면서 지금 돈
가치로 80만원 정도를 매달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목돈으로 2천만원정도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매달 14만원씩
60세까지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노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돈을 노후자금으로 비축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를들어 나이가 49세이면 지금 돈 가치로 2천8백59만원은 있어야 한다.

60세 은퇴시점까지 이자가 붙는 기간이 11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노후자금
비축규모도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아직 목돈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매달 30만원씩 11년동안 개인연금에
들어야 노후에 하얗게 질리지 않고 큰 소리 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보 나 한테 잘해.지금 우리가 노후생활을 편안하게 지내는 게 다 누구
덕인 줄 알아"하고 말이다.

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능력이 더욱 필요한 것인가 보다.

< 이창형 문연아이디어 뱅크 대표 myidea@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