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난 2일 발표한 "99년 주택건설 종합계획"은 상당히
의욕적이다. 올해 새로 짓는 주택수를 지난해보다 10만채나 늘린 40만채로
결정한 것도 그렇고 자금지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4천2백70억원이나 많은
9조4천1백70억원으로 늘려 잡은 것도 그렇다. 건교부가 이렇게 주택건설을
늘린 까닭은 간단하다. 경기부양과 고용증대가 시급하지만 이를 유도할
마땅한 정책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과잉설비 때문에 당분간 고용창출이 어려운 만큼 대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집중지원해 고용증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만큼 올해 상반기중에 사회간접
자본 확충을 위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특히 고용을 늘리고
일반국민들이 경제활성화를 피부로 느끼는데에는 대형 토목공사보다 주택건설
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게다가 주택사정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집없는 서민들이 많기 때문에 주택건설을 촉진해야할 명분도
뚜렷하다.

하지만 아무리 의욕이 넘치고 명분이 있어도 시장여건과 정책수단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목표달성은 힘들다. 우선 주택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이후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데다
실업자수가 2백만명에 육박하는 마당에 주택수요 부진은 당연다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도 주택경기는 일반경기보다 후행하기 때문에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한다고 해도 주택경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사정은 주택경기 예측지표로 활용되는 주거용 건축허가면적이
지난해 1월에 비해 무려 67%나 감소했다는 건교부의 조사결과로도 뒷받침
된다. 건교부는 최근의 분양열기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에는 건축허가 면적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만일
무리하게 주택건설을 강행하다가 자칫 미분양 사태라도 나면 추진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주택건설계획을 지원할 정책수단도 마땅치 않다. 이미 분양가가
자율화된 마당에 채권입찰제를 폐지하는 것이 무슨 지원책이 되는지 의문
이며 20가구미만의 연립.다세대주택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이나 근로자 주택
자금한도를 확대하는 것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도금
대출금리 인하는 좋지만 장기대출인 주택자금의 성격상 금리인하 폭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한가지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히는 것은 서울지역의 5개지구 재건축사업을
조기시행하는 것이다. 시장성도 충분히 있고 정부지원도 별로 필요하지
않으며 건축규모가 커서 건축자재 등 관련산업도 어느정도 부양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교통혼잡이나 폐건축자재 처리 등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