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50% 성장하는 도전적 목표''(96년 L그룹)->''조직내 잠복해 있는
부실하고 비생산적인 낭비요소들을 철저히 제거''(97년 S그룹)''->''살아남기가
올해 최대의 목표''(98년 S그룹)->''어떤 환경에서도 이익을 실현하는 사업
구조''(99년 LG화학)

지난 4년간 주요 그룹 대표들의 신년사에 담겼던 그해의 주요 경영목표다.

신년사의 내용만 비교해봐도 재계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불과 4년전까지만 해도 ''공격경영'' ''도전적 성장'' 같은 단어는 총수 신년사
의 필수단어였다.

불황의 그림자가 다리우기 시작했던 97년에도 성장전략을 유지하면서
원가절감, 생산성향상 등으로 매출부진을 만회하자는게 재계의 흐름이었다.

IMF체제로 들어선 지난해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거쳐 올해 뚜렷해
진 흐름은 ''수익성 중심의 경영''.

알짜사업을 팔아서라도 살고보자는 급박한 생존전쟁의 고비를 넘기자
"수익성"이 포스트 리스트럭처링의 나침반으로 자리잡았다.

김대중정부 1년동안 일어난 재계 최대의 패러다임 변화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직후 성장제일주의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는 당선직후 가진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이제는 외형보다 이익을
중시해야 하며 짐되는 기업은 정리하라"고 못박았다.

"국제수준의 경영태도를 갖춰가는 것이 가장 소망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로벌스탠더드 경영의 시대에 우량기업의 대표적인 잣대는 수익성과
미래의 현금흐름 창출력이다.

빚많고 수익성이 나쁜 기업은 자금조달의 길이 막힌다.

기업의 생존이 불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덩치가 클수록 돈 꾸기도 쉬웠던 과거의 한국식 경영관행은 이미 폐기됐다.

삼성그룹이 "적자없는 경영"을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은 올 사업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각 계열사 경영진에 "철저히 적자경영
의 책임을 묻겠다"고 통보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정한 올해 3대 경영지침중 맨 첫머리에 올라온 것도
"수익성 제고"였다.

나머지 2개 지침인 현금흐름 개선과 비용절감도 따지고 보면 수익성
높이기의 다른 이름이다.

LG의 구본무 회장도 지난해말 열린 "글로벌 CEO전략회의"에서 "금리이상의
돈을 벌지 못하는 투자는 절대금지"라고 못박았다.

구회장은 앞으로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핵심 평가기준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EVA란 기업의 세후영업이익에서 투하자본의 기회비용을 뺀 것.

즉 벌어들인 이익이 자본을 조달하는 데 든 비용보다 얼마나 많은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기업들이 앞다퉈 EVA를 중심 경영지표로 채택하는 것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위해서다.

LG화학도 구 회장의 방침에 맞춰 금융비용 이상의 "절대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업에선 과감히 철수키로 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올해 최소한 2~3개 사업은 정리가 불가피하다.

LG화학은 올해 매출목표(4조3천억원)를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했지만 EVA는
1%포인트 높여 잡았다.

앞으로 2년간 EVA를 매년 1%포인트씩 높여 오는 2001년에는 세계 1류기업
수준인 EVA 4%를 달성할 계획이다.

LG화학이 경영청사진의 중심기둥으로 EVA목표를 세운 것이다.

LG화학뿐이 아니다.

현대 삼성 대우 한화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EVA를 중점 관리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반면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줄여잡은 기업은 찾기 어렵지 않다.

LG전자 포철 SK(주) 효성...

이들 기업은 매출목표를 낮춘 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분위기조차 역력하다.

매출중심이란 구시대적 경영마인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외형위주의 경영이 얼마나 힘을 잃었는지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효성은 경영평가 기준에서 매출을 아예 빼버렸다.

올해부터 경상이익과 현금흐름만으로 사업부별 실적을 평가키로 한 것.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가 유일한 잣대인 셈이다.

이를 위해 투하자산수익률(ROIC)이 은행금리 이하인 사업은"투자금지"다.

SK케미칼의 올해 매출목표는 8천6백억원.

지난해(8천5백13억원)보다 1% 늘려잡았다.

그러나 경상이익 목표는 2백90억원으로 지난해(2백억원)보다 무려 45%나
늘린다는 계획이다.

더이상 한국식 경영의 키워드는 "성장"이 아니다.

"수익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의 역사적 정권교체와 함께 재계에도 근대화 이후 최대의
패러다임 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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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중시 경영의 체계및 평가 시스템 ]

<> 사업도위별
.자율적 리엔지니어링 유도 -> 사업도위별 수익성 평가

<> 고객별
.사업별 수익성 평가
.리스트럭처링의 기초자료로 활용

<> 상품별
.이익위주의 상품포트폴리오 조정
.적정가격 책정

<> 거래채널별
.비 부가가치적 거래채널 평가
.이익위주의 거래채널 재구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