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떨어진 불은 꺼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중소기업들의 가동현황을 가늠해 볼수 있는 국가 산업단지 평균가동률은
지난 12월말 현재 76.6%(한국산업단지공단 조사)로 전달보다 3.3% 높아졌다.

지난해 7월 68.6%까지 떨어졌던 것이 1년전의 78.6% 수준으로 거의
회복된 것이다.

국가산업단지 전체의 생산과 수출도 지난7월을 바닥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산업단지 근로자수도 두달 연속 늘었다.

지난 12월말 현재 46만5천3백66명으로 한달전보다 1천2백73명 늘었다.

이에 앞서 11월도 1천명이상 늘면서 1년여만에 감소세를 멈췄다.

산업단지 근로자는 97년말 51만7천12명이던 것이 지난해 3월말
49만7천79명, 6월말 48만2천88명, 9월말 46만3천2백11명 등으로 달마다
1~2%가량 줄어왔다.

중소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입국한 외국인 연수근로자는 모두 1천3백59명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집계)으로 이 기간동안 출국한 8백73명을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연수 근로자는 지난달에도 9백2명이 들어오고 6백72명이 빠져나가
입초를 두달째 이어갔다.

자금사정면에서도 숨통이 트여 부도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만해도 날마다 1백개이상 쓰러지던 것이 최근에는 하루에
열개 남짓에 불과한 날도 있을 정도다.

중소기업들이 받은 어음을 할인받을 수 있을만큼 신용경색이 풀린
덕이다.

하지만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엔 이른 상황이다.

업종과 지역별로 체감하는 경기의 편차가 워낙 큰데다 "여전히 앞이
깜깜하다"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기계를 비롯해 설비투자와 관련이 깊은 업종들은 올들어 주문이 아예
끊기다시피 하는 등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지경이다.

외환위기 직후 우리돈으로 친 달러의 값어치가 급등하면서 잠시 호황을
누리던 섬유를 비롯 몇몇 업종은 다시 고전하고 있다.

대기업들간의 사업교환(빅딜)에 휘말린 경북 구미공단 등 일부 산업단지는
최근에 가동률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일자리도 계속 줄고 있다.

그래도 지난 1년간 김대중 대통령의 중소기업 정책은 고비를 넘기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중소기업들은 평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의 직접 대출 등 신용경색을 푸는데
초점을 맞춘 단기처방을 적절한 조치로 꼽는다.

김 대통령이 취임직후 표방한 벤처기업 육성정책도 창업붐을 일으켜
산업구조 조정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