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산업 분야의 최대 변화는 단연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을
꼽을수 있다.

빅딜은 한국의 산업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메가톤급 폭풍으로 작용
했다.

빅딜이 만들어낸 새 지도의 특징은 주요 산업이 대부분 2개사 주도체제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외국기업이 대거 국내시장쟁탈전에 주요업체로 부상하게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인수에 이은
대우자동차의 삼성자동차 인수에 따라 5사 체제에서 현대-대우 양사 구도로
압축된다.

대우차는 쌍용차에 이어 삼성차까지 인수해 연간 1백5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에따라 현대의 시장점유율은 기아차를 포함해 63.8%, 대우는 삼성차를
포함해 36.2%로 높아진다.

전자업계에도 빅뱅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삼성과 대우가 자동차.가전을 맞교환하는데 이어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으로 지난 20년동안 국내 전자시장을 지배해온 "반도체 3사" "가전3사"
구도가 무너지면서 삼성.현대의 2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 확실하다.

또 한.미.일 3국이 주도해 온 세계 반도체시장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먼저 반도체 분야에서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일시에 뒤집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법인을 설립하면 현대는 삼성전자(점유율
18.8%)에 이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업체로 급부상하게 된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이다.

현대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9%, LG반도체는 6.7%로 업계 3위,
6위에 각각 올라 있었으나 두 회사 합병으로 점유율은 15.7%로 뛰어오르게
된다.

3위의 미국 마이크론(14.1%, 텍사스인스투루먼트사 합병분 포함)을 단숨에
제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생산설비를 기준으로 하면 64메가D램은 월 2천7백만개, 16메가D램은
월 4천8백만개로 삼성전자의 각 2천만개 1천5백만개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세계 최대 덩치를 갖춰 반도체 국제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 반도체 업체가 투자비를 대폭 줄인 점을 감안
하면 현대.LG 합병회사는 생산량 면에서 세계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시장도 삼성이 대우전자를 흡수하면서 삼성.LG의 2강 구도로 틀을
잡는다.

삼성은 대우전자를 합쳐 가전부문 매출만 8조원.

이제까지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과 LG가 각 40%, 대우가 20%를 점유해
왔으나 앞으론 삼성 60%, LG 40%로 바뀐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누가 더 많이 팔았느냐를 놓고 LG전자와 입씨름을 벌여
왔으나 앞으로 이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삼성은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가전분야마저 최강의 전력을 갖춰 반도체와
가전.정보통신 3개 핵심분야에서 모두 1위 자리를 독식할 태세다.

삼성은 또 전체 매출이 20조원을 훨씬 넘는 공룡기업으로 태어난다.

석유화학은 국내와 일본업체의 경쟁 구도로 바뀐다.

현대와 삼성이 대산 석유화학 공장을 통합해 일본 미쓰이물산에 일정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현대.삼성 통합사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폴리올레핀계를
주로 생산하고 LG화학은 PVC와 ABS가 주력품목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는 4사에서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통합해 설립하는
통합법인과 대한항공의 양사체제로 바뀐다.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등 3사가 경쟁관계였던 철도차량은 이들
3사가 통합키로 결정함으로써 단일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게 될 전망이다.

정유는 현대의 한화 인수로 5사체제에서 SK LG 현대 쌍용 등 4사구도로
바뀐다.

이밖에 조선은 5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라의 경영권만 외국업체로 넘어
간다.

한라는 로스차일드사의 브리지 론을 받아 빚을 한꺼번에 갚는 조건으로
이미 법정관리를 승인받은 상태여서 경영권이 외국업체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