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조원을 퍼붓는 단군이래 최대사업"

"21세기 선진금융을 건설하기 위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년 4월 정부가 내놓은 금융구조
조정계획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평가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 들어가도록 돼 있는 사상 초유의 이
프로젝트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비상 상황과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
이 없었다면 입안조차 되지 못할 가히 "혁명 사업"이라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다.

<> 지원원칙

정부의 재정지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강조해온 시장경제를 일탈하는 정책
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이 불안하면 국민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이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마냥 방치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
하고 있다.

또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를 되살리는 첩경
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겨냥, 돈을 대주는 대신 분명하고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다.

역대 정권의 "특혜성 구제행위"를 철저히 배격, 이른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기관별로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인원 및 점포축소, 외자유치
등 자구노력이 전제됐다.

또 기존주주들도 감자(자본금 줄임)를 통해 손실을 함께 부담하도록 했다.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은 물러나는 것은 물론 부실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비교적 큰 책임을 묻지 않았던 고객에게 손실부담을 더
감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 지금까지 43조원을 썼다

정부는 지금까지 금융기관 증자에 8조4천억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 부실채권
매입에 20조원, 금융기관이 까먹은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데 14조7천억원 등
43조원 가량을 썼다.

여기에는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에 출자하고 수출입은행이 다시 외환은행에
자본 참여하는 우회지원분은 빠진 것이다.

64조원중 나머지 21조원은 금융기관의 추가 수술을 위해 남겨 놓았다.

이 돈도 올해 모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5개 퇴출은행을 떠안은 5개 인수은행과 제일 서울은행을 넘겨받은 해외
투자자가 인수한 자산중 부실해진 것을 다시 사주는 풋백 옵션 행사, 올
상반기중 일단락지을 보험 등 2금융권 구조조정 등에 이 자금이 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별로는 비은행권이 12조2천억원, 은행권이 30조8천억원이다.

은행산업 구조조정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은행이 재정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량은행은 부실은행을 인수하면서 자금을 지원받았고 부실은행은 정상화
과정에서 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제일 서울 한빛 외환 조흥은행 등은 정부나 정부투자기관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정부가 민간 상업은행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것에 다름아니다.

<>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까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겨냥한 대규모 재정지원계획을 내놓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자금 회수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작년 9월말부터 금융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자 투입한 돈을 모두
회수하지는 못하더라도 원금의 80% 정도를 걷어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예금 대지급에 따라 발생한 14조7천억원 상당의 손실은 8조4천억원
상당의 주식투자분(1주당 5천원에 지원)에서 2백%의 수익을 거두게 되면
이자비용을 포함해 거의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식액면가(1주에 5천원)를 기준으로 증자자금을 지원한 한빛은행의 경우
최근 몇달 사이에 주가가 주당 1만원을 넘은 적이 있다는 것은 바로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처럼 지원자금을 많이 회수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부담은 가벼워진다.

부실자산 매입대금도 부동산 값이 오를 경우 회수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성업공사가 인수한 부실채권과 여기에 딸린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청신호다.

정부가 주도해온 금융구조조정이 성공할 것으로 점치기는 아직 시기상조
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은 한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는 점은 틀림없는 것 같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