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간 은행업계는 대폭적인 물갈이와 참신한 새 인물이 등장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 사장출신인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각종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는 등 "젊고 참신한 행장"의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

자산 1백조원대의 한빛은행은 한국종금 등 2금융권에서 국제금융영업을
했던 김진만 행장과 이수길 부행장을 각각 선임, 신선한 충격을 줬다.

김진만 행장은 취임초부터 비상임이사회 강화와 외부전문가 영입에 나서는
등 개혁적인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

3연임에 성공했던 라응찬 신한은행장은 은행을 건실하게 이끌어 왔음에도
세대교체를 위해 이인호 전무에게 행장자리를 넘겨 주기도 했다.

은행 임원진의 감축과 지역안배도 특징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15개 주요은행의 임원은 지난 1월초 현재 1백12명으로
1년전에 비해 35.2% 줄었다.

지역별로는 35.8%의 비중을 보인 영남 출신이 28.6%로 줄어들고 11.0%였던
호남출신은 17%대로 높아지는 등 편차도 줄었다.

외부인사의 과감한 아웃소싱으로 새로운 인물이 대거 발탁된 점도 평가
받을만하다.

임원급에선 조흥은행 최동수 상무와 고영철 이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현재 각각 여신과 국제금융을 지휘하고 있는데 금융계에선 전문가로
통한다.

금융감독원 임원급 12명 가운데 7명은 외부에서 수혈됐다.

부원장에선 이정재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강병호 한양대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부원장보 7명중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조사부장, 오갑수 국제경제연구원장,
김기홍 충북대교수 등 3명이 외부인사로 채워졌다.

또 여성전문인력으로 검사총괄실장에 이성남 전 시티은행 한국지사 수석
재정담당, 외국은행검사 담당에 최명희 전 씨티은행 연수원장을 영입한 것도
주목받는다.

금융감독기구에 여성포도대장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외국인과 국제 전문가가 은행 주요 직책을 차지한 점도 특기사항이다.

외환은행의 드로스트 전무와 메어포르트 상무는 여신관행에 혁신을 가져
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투자금융 전문가인 데이비드 워너씨를 이사대우급 IR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주택은행은 미국 퍼스트인터스테이트뱅크오브캘리포니아 은행장 출신인
브루스 윌리슨씨를 이번 정기주총에서 비상임이사로 선임한다.

그는 은행 비상임이사 가운데 주주대표 추천케이스가 아닌 사외이사로서는
첫 외국인이 된다.

한국인이면서 미국시민권을 갖고 있는 서울은행 이석희 이사대우도 국제
금융시장 근무경험 덕분으로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작업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외국 전문가들을 대거 수혈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M&A나 리스크관리, 여신심사 분야를 이끌 전문가를 찾고
있다.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한빛은행은 외국인을 간부급으로 영입한다는 방침아래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조흥은행도 워크아웃 기업들의 자산매각을 돕기위해 유능한 M&A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흥은행은 이들을 포함, 모두 50여명 가량의 전문가를 충원하기로 하고
사람을 고르고 있다.

은행들은 이들 전문가가 조직문화를 혁신해 주길 바라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