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가 죽는다.

이 말은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가 남긴 말이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 1년,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지금 여기에 서서 지난 1년 동안의 경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전망하는 것이
21세기를 눈앞에 둔 우리들의 과제이다.

1년전 IMF 관리체제에 들어서면서, 한국경제는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였다.

그러한 어려운 시련을 딛고, 지금 세계의 유수한 평가기관이 진단하듯이
우리는 외환의 "빅뱅"에서 탈출하였고, 당초 예상보다는 빨리 경제의 밝은
전망을 할 수 있는 여건에 이르렀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어 외환보유액이 기대 이상의 수준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시적 단계로 이룩되는 등, 이 모든
성과는 일관성있는 DJ노믹스의 추진이 가져온 결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러한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저변에서는
비관적인 소지가 확대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지난 1년간 경제정책의 흐름을 볼 때,금융 측면에서의 처방은 강하게
추진되었으나, 실물경제가 처한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IMF 관리체제하에서 금융부문의 개혁이 불가피하였지만, 그 결과로
과도하게 기업이 도산하였고,필요 이상의 실업자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수조원의 실업대책자금의 지출에 앞서, 사전적으로 기업소생을 위한 대책이
추진되었다면, 실업자의 범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지난 1년간 우리는 외자만능주의 사상 속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경제주권 의식이 탈진되었다.

마치 외자 유치만이 국력의 기반인 것처럼 오도되면서, 진정으로 갖춰야
할 자립경제의 기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개방화, 국제화의 물결도 궁극적으로는 경제주권 의식의 토대 위에서만이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밀려오고 있는 무방비의 외국자본 유입은 내일에 있을 수 있는 또
다른 환란을 자초할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국민경제의 기본은 국민의 경제
주권의식의 함양과 자립경제의 명제 위에서 그 룰이 짜여져야 한다.

범람하는 외화낭비 풍토 속에서 에너지절약과 자원재생 등을 통해 국제수지
방어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빅딜 퇴출 워크아웃 구조조정 등 우리에게 낯설은 용어들이 등장한지 이미
오래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역기능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 경제는 과거와 현재의 싸움에 머물렀다.

경제정책의 미래가 설정되지 못한채, 왜곡된 부의 역기능 현상이 경제정책
의 핵심적 과정으로 부상하였다.

개혁과 구조조정이라는 양대 목표 속에서 미래에 대한 정책적 비전이 실종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선진국 경제에 낄 수 있기 위해서는 중심적 과제가 기술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중단
으로 많은 과학기술인력이 퇴출되고, 국가적 연구개발사업의 차질로 우리의
과학기술 연구단지는 급속하게 활력을 잃고 있다.

고도 산업국가로 한 차원 도약하는 일은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다.

경제체질을 혁신하고, 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재편성해 나기 위해서는
국가 가용재원의 재편성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결단력이 앞서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새로운 천년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앞을
다투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보다 확고한 정책이념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 빨리 지난날의 실패의 낡은 역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설계하는 새로운 DJ노믹스를 열어야 할 것이다.

역사는 미래의 기획을 실패하는 민족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