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단두대에 오르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98년2월4일)

"기적은 아닐지라도 기적에 가까운 놀라운 현상이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벨기에 L''ECHO, 99년1월12일)

김대중 대통령 취임 1년간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시각은 이처럼
"잿빛에서 장밋빛"으로 반전했다.

최근 한국을 보는 해외의 눈엔 낙관론이 깔려 있다.

"다시 발톱을 드러내는 호랑이"(한델스블래트, 98년12월29일)란 보도가
그렇다.

"잠에서 깨어난 고요한 아침의 나라"(르 누벨 옵저버투아, 99년1월7일)나
"발걸음이 가벼워진 한국"(피어, 99년1월28일)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들어 피치IBCA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등급평가기관도 잇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함으로써 낙관론
에 "확인 도장"을 찍었다.

1년전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지난해 2월25일 해외 유력지들은 김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여소야대에 따른
정국불안 가능성을 점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2월28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신정부는 노동 기업 관료 등 보수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론을 폈다.

비즈니스위크도 가세했다.

이 잡지는 지난해 3월6일 논평에서 "경제가 후퇴일로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등 한국경제가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통령이 취임후 강력한 구조조정과 외자유치 정책을 펴면서
기대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금융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 국제채권은행단이
한국의 단기외채를 만기연장해 줄 정도로 대외신인도가 회복됐다"
(파이낸셜타임스, 98년3월16일) 이같은 기대감이 낙관무드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해 4월엔 한국경제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경고성 보도가 튀어
나왔다.

영국의 통신사인 로이터는 지난해 4월1일 "한국은 경기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과 고실업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5월들어 노동계가 파업에 돌입하자 해외 언론들은 위기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부정적으로 돌기도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5월29일자에서 "한국의 노동파업이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에선 정부의 개혁의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견해가 튀어나왔다.

미국 유력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13일 "한국의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켜
제2의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6월 김 대통령의 미국방문이 성과를 거두고 55개 부실기업 퇴출과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긍정적인
논조들이 등장했다.

일본 닛케이는 6월30일 "김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란 캐치프레이즈처럼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회복에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99년 한국경제성장률이 2.5%를 기록하는데 이어
2000년엔 5.3%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 시기다.

특히 미국이 1차로 금리를 인하한 4.4분기 이후엔 조심스럽지만 한국경제
회복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우세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3일 "한국경제가 더디지만 회복을 시작했다"며 일부
사람들은 한국을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중 가장 전도유망한
나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이 IMF 차입금을 상환하기로 결정하는 등 회복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98년12월15일), "한국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첫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프랑스 라트리뷘, 99년1월28일) 등 한국경제의 회복을
점치는 긍정적인 견해가 세력을 얻어 나갔다.

LA타임스는 11월23일 "한국은 미국 경제학계에 모델사례가 되고 있다"며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이 함께 할수 있다는 생각을 세계에서
가장 힘차게 옹호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경제의 상황을 "비상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상태"
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분기별로 진행해 왔던 정책협의를 반기별로 열기로 합의한 것도
그래서다.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도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경제를 낙관한다"
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해외시각이 낙관론 일색은 아니다.

섣부른 장밋빛 전망에 대한 경계감도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24일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상황을 소개하면서 "이미
7%에 달한 실업자 문제가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한국경제의 먹구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 1월25일 "한국경제는 진정 회복되고 있는가"란 기사
에서 "한국경제의 위기터널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힌 뒤 "그러나
노동계의 불안과 재벌의 개혁지연은 경제회복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우려
했다.

"한국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불안 금융부실 재벌빅딜 소비침체
등 험난한 과제가 남아 있으니 투자자들은 신중해야 할 것"이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99년1월29일)의 지적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