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이 HSBC그룹에 매각됨에 따라 1차 금융구조조정은 마무리되고
살아남은 은행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뉴브리지 컨소시엄이나 HSBC 등이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와 국내 금융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은행 매각을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합병은행
(한빛 조흥 국민 하나 등) <>합작은행(외환 한미) <>외국계은행(제일 서울)
<>독자생존은행(신한 주택) <>지방은행 등 5극 체제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각 은행간 경쟁을 거치면서 점차 <>대형 선도은행 <>중소기업이나
주택.가계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특화은행 <>틈새시장을 겨냥한 틈새은행으로
재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은행의 가세는 무엇보다 수익성위주의 은행경영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계 은행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은 연 4.3%대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은행 조달금리가 연 8~9%대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핀란드의 경우에도 외환위기이후 도매금융시장은 외국계 은행들에게 잠식
당한 적이 있다.

이에따라 국내은행들은 도매금융시장을 지켜내고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한편으로 종전의 담보위주 여신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거래기업의
경영자 자질, 향후 전망 등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선진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뉴브리지측(제일은행)은 "앞으로 대출은 기업들에 대한 자금 회수
가능성을 기준에 따라 취급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계 대출에서는 신용대출 관행이 정착될 전망이다.

외국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80%에 이른다.

국내은행(42%)의 2배 수준이다.

최근들어 다시 고개를 드는 이른바 신관치 금융관행도 빠른 시일내에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일 서울 등 외국계 시중은행에게 정부의 입김이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얼마나 빨리 자율경영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선진화 과정을 거쳐 장기적으로 국내 은행산업이 전면 재편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뒤쳐지는 은행들은 다른 은행에 합병되거나 무대 뒤로
물러날 것으로 금융감독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26개 일반은행중 3~4년뒤에 살아 남는 곳은 4개 대형은행과 틈새은행
몇개뿐"(매킨지 보고서)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선도은행후보로는 한빛 조흥 외환 신한 하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최우선적으로 납입자본이익률(ROE) 15%대, 총자산이익률(ROA)
1% 이상을 거두는 수익우선 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내실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서 덩치도 최대한 키우겠다는 것이다.

제일과 서울도 외국계은행으로서 탈바꿈했다는 점을 정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경영전략을 전면 재검토,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형자본과 우월한 금융노하우를 앞세워 대형화를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화 은행으로는 한미 주택 국민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미는 중소기업위주의 신용대출로 그동안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신동혁 행장은 "장기적으로 지방은행 한 두곳을 합병해 수도권 최고 은행
으로 키우겠다"는 장기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과 주택은 가계금융과 주택금융에서 전문화된 기반을 발판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은행들은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독자생존을 하더라도 지방은행끼리 합작해
덩치를 조금이라도 키워야 경쟁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1차 구조조정은 마무리됐지만 살아남기 위한 은행간 짝짓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