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여부를 놓고 논란을 거듭해온 TV수신료 문제가 결국 인상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방송개혁위원회가 18일 확정한 공영방송 정상화방안에
따르면 KBS2TV 광고의 전면폐지와 함께 1TV는 보도 위주의 종합편성, 2TV는
지방소식과 문화예술 교양 프로그램 중심채널로 바뀌게 됐다.

이번 개혁안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제자리찾기라는 관점에서 일면 긍정적으로
볼수 있다. 공영방송이 정권이나 자본의 영향을 벗어나 시청자 위주가 되려면
재정독립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인정된다. 그러나 수신료인상이 설득력을 얻으
려면 먼저 KBS의 구조조정및 합리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공룡으로 불리는 조직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려면 월급 자진삭감이라는 미봉책
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효율화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본사조직은
물론 난립돼 있는 지방방송국 정비 또한 하루속히 정비돼야 할 것이다.

시청료 인상폭은 최소화해야 한다. KBS측은 수신료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프로그램 질이 떨어지고 위성 디지털 월드컵대회 방송등 국책투자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7천5백원을 주장하지만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 방송의 질이 제작비와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닌데다 그같은 대폭적인
인상은 국민에게 납득시킬 근거를 과연 KBS가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신료만 인상되면 공영성이 당장 확보될 것처럼 말하는 것도 무리다.
KBS1TV가 그동안 상업채널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은 그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전해준다. 시청료인상의 근거로 제시하는 영국의 BBC나 일본 NHK의
경우 사회문화적 교육프로그램 제작에 얼마나 힘을 기울였는지는 설명이
필요없다. 어린이시간대에 BBC의 "꼬꼬마 텔레토비"같은 교육프로그램까진
못만든다 해도 폭력적인 일본만화를 무차별 방영해온 게 현실 아닌가.

따라서 KBS는 수신료 인상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프로그램 제작에 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특히 2TV는 BBC의 채널4
처럼 상업방송에서 편성하지 않는 수준높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외주제작비율 제고에 앞장서야 함도 물론
이다.

한편 공공성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재미없는 홍보성 프로그램을
양산해선 안된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 필요없는 방송의 시청료를
물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월 상당한
수신료를 내면서도 케이블TV를 시청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수신료가 적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광고나 다름없는 협찬을 자주 받는 일이
생겨선 안된다는 점도 지적해두고 싶다. 또 KBS 시청 여부에 관계없이
시청료를 전기료에 합산부과하는 방식은 거센 항의를 유발할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시청료 부과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방송의 공영화는 방송이란 공익에 바탕을 둔 사회문화적 행위라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때 비로소 실효를 거둘수 있다는 점도 강조
하고자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