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에선 배기량은 작지만 엔진수는 많은 "소 배기량, 다 기통"
엔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천cc급 6기통 엔진이다.

국내에도 2천cc급 6기통 엔진을 단 승용차가 있긴 하다.

삼성 SM5 V6다.

그러나 이 차는 닛산 모델 그대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로 따져볼 때 2천cc 6기통 엔진을 단 첫 국산차는
최근 선을 보인 크레도스II 2.0 V6 인 셈이다.

크레도스II 2.0 V6의 외관은 바뀐 것이 별로 없다.

그저 고급스럽게 후드 엠블럼을 바꿨고 알루미늄 휠이 새로워졌을 뿐이다.

주요 곡선부위에 크롬도금 가니쉬를 한게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

반면 실내는 기존 크레도스II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크레도스 고객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고급화된 것이 눈으로 확인된다.

운전자의 벨트 압박감 해소를 위해 최첨단 센서가 적용된 시트벨트
텐션리듀셔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분명한 변화는 4기통과 6기통의 차이다.

기본적으로 4기통차는 4개 엔진의 피스톤이 서로 1백80도 각도를 유지하며
폭발행정이 이뤄져 시끄럽다.

반면 6기통 엔진은 6개 엔진의 피스톤이 1백20도 각도로 폭발해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크레도스II 2.0 V6 시동을 걸었을 때 이 차이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겨울철 추위에 떨며 서있던 차인데도 시동이 걸렸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엔진은 기아가 영국의 로버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로버가 BMW에 인수되기 전 얘기다.

그동안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엔진라인 설치가 늦어져 이제 나온
엔진이다.

투자비는 1천2백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한때 BMW가 이 엔진을 수입해가려는 협상이 있었을 정도니 엔진 성능은
나무랄게 별로 없다.

고속도로에 올라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순식간에 계기판은 시속 1백80km를 가리킨다.

가속 성능은 몸이 뒤로 밀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기아 관계자는 전운전 영역에서 흡기효율을 최적화시키기 위해 전자제어
가변흡기시스템을 달았고 좌우 배기매니폴더의 길이를 똑같이 맞춰
배기간섭을 억제했다고 말한다.

출력이 그만큼 좋아져 1백50마력을 낸다고 설명서에 적혀 있다.

기존 크레도스의 장점인 조종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시속 1백20km를 넘어도 잡소리나 바람소리는 느껴지지 않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9일자 ).